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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회상록
뀌도 미나 디 쏘스피로 지음, 박선옥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 전, 교무실 앞 계단 옆에 놓아 둔 꽃잔디를 한참 들여다 본 일이 있었다.
자와 컴퍼스로 작도하기가 정말 어려웠던 정오각형을 어쩜 자연은 그렇게도 쉽게 그려내는 것인지... 그리고 한 줄기에 달린 두 송이의 꽃은 말린 방향이 서로 달랐다. 한 놈은 좌선, 한 놈은 우선으로 말려 있는 고 작은 꽃잔디 꽃을 보면서, 자연의 이치에 대해 두려움마저 느꼈다.
이 책은 별로 재미는 없다.
주목이 있는데,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보면서 이야기를 늘어 놓는 것이다. 환타지 소설의 맥을 잇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아무튼 읽는 시간에 비해 감동이 적다는 느낌이 든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작의 문제인지까지는 내가 판단할 수 없다.
아일랜드라는 나라를 생각한다. 올해 월드컵에는 잉글랜드만 출전하고 아일랜드는 없다. 어떤 아이가 그랬다. 왜 영국은 여러 팀이 참가하냐고...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라면, 조선팀과 내지(본토)팀이 같다고 하면 어떻겠느냐고 하면 아이들이 쉽게 이해한다.
아일랜드(에이레)는 숲이 울창한 섬나라였다는데, 영국이 점령하면서 그 유명한 영국 함대를 만들 배를 만들기 위해 아일랜드 숲을 다 베었단다. 그래서 사막화가 진행중이라고... 잉글랜드의 잔인한 역사가 이 책 속에 숨어 있다.
인간은 참 숲에 대해서 못할 짓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무는 우리 집을 만들고, 우리에게 식량이 되어 주고, 우리가 보는 책들에 펄프를 제공하고, 우리의 모든 가구들을 이뤄준다. 그리고 우리가 숨쉬고 살 수 있는 공기마저도 그들의 작품이다. 공생이 아니라, 거의 인간이 나무에 기생하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지...
그런데도, 인간은 나무를 우습게 본다. 나무로 만든 물건을 가구라고 하는데, 침대를 나무로 만들어 두고 가구가 아니란다. 침대는 과학이란다. 도대체 나무를 뭘로 보는거얏!
나무들도, 풀들도, 그 외의 사슴, 늑대들도 자연의 일부분이고, 자연스레 살아 가지만, 유독 사람만이 독성을 품고 그들을 말살시킨다.
이런 교훈적인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하려고 하는데, 아무튼 나는 감동받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이런 책을 읽노라면, 나무에게 좀 미안한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