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과서를 만든 시인들 ㅣ 교과서를 만든 사람들 3
송국현 지음, 박영미 그림 / 글담출판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은 시를 어렵게 생각한다.
그런데 문학을 설명하는 책들에선 이렇게 말한다.
"시는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형식은 조금 다르지만, 어렵지 않아요..."하고 감언이설로 꼬드긴다.
시를 십여 년 가르친 문학 교사인 나에게도 시는 여전히 어렵다.
그 시가 지향하는 바를 읽어내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왜냐면, 시가 지향하는 바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치환이 경남여고 교장으로 재직중, 한 교사가 그의 시 울릉도로 수업 연구를 했단다.
수업 마치고 평가회 시간에, '난 그런 복잡한 생각으로 시를 쓴 건 아니었는데...'했더라는 이야기는, 결국 시를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몫도 상당하다는 것일게다.
유치환의 <깃발>은 내가 고등학생 시절, 가장 애송하던 시였다.
이상에 대한 동경과 좌절... 아, 얼마나 치열한가.
그렇지만, 유치환의 애정사를 알게 되고, 그의 한 구절 한 구절이 이뤄지지 못할 사랑에 대한 애타는 열정으로 가득함을 알게 된 뒤, 그 시의 주제가 <이성에 대한 동경과 좌절>로 바뀌었을 때, 그 허탈함이야, 아무리 <어>다르고 <아>다르다고 하지만, 엉터리 가르침이 시에 대한 느낌을 그토록 뒤바꿀 수도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시에서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은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다.
중학교 가면서부터 시를 접하는 학생들에게, 이 책은 시인을 어렵지않게 접하도록 기획한 책으로 높이 살 만하다.
각 시인의 대표작을 뽑은 안목과, 아이들이 흥미를 갖도록 쉬운 설명을 곁들인 것.
그리고, 필요에 따라 시대적 배경과, 시인의 일화들을 실은 것이 좋은 책이다.
그렇지만, 결코, 이 책을 보았다고 해서 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책은 시를 <공부>해야할 중1부터 고1 수준 정도가 필요한 시인들을 뽑아서 읽게 된다면 공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읽기 좋은 책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