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맛 한겨레 동시나무 1
이정록 시, 오윤화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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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인의 어머니의 말투를 닮은 사유를 써내려서

멋진 시 세계를 품은 것도 멋지지만,

이렇게 그 시들을 동시로 풀어내는 것도 멋진 일이다.

 

'지구의 맛'을 핥아보고 알려주겠다는 주인공은 '달팽이'이다.

결국 지구를 핥는 일은 사는 일이고,

살아본 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란 말이겠다.

 

생각이 많아 자동차 밑으로 들어간 고양이가

내 복잡한 생각을 조금씩 떼어 간다.(골목, 부분)

 

이 시집에서 이 구절이 젤 좋다.

생각이 많아 자동차 밑으로 들어간 고양이.

시를 쓰는 이는 늘상 생각을 해야하겠지만,

누구나 생각은 하므로,

생각은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외부의 감각되는 세상에 대하여 자신의 느낌을 갖게되는 것이 모두 생각이므로,

생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에 부지런한 사람이렷다.

 

골목은

내 생각을 생각하려고

가로등을 환하게 밝힌다.

 

생각을 생각하는 일.

필요하다.

지나친 생각은 해가 되지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반은 한 명만 빼고 다 바보야."

천천히 전교 일등에게 눈길이 쏠린다.

담임 샘은 자기라고 가슴을 토닥인다.

 

"우리 반은 정말 바보가 한 명 있다니까."

아이들이 빙긋이 선생님을 바라본다.

담임 샘을 뚫어지게 쳐다본다.(바보, 부분)

 

서름서름하지 않아 좋다.

담임 샘과 이런 나눔을 할 수 있다면, 좋은 교실이다.

적어도 억압은 없는 교실.

 

딸기 상자를 열면

위층엔 굵고 실한 넘이 있지만,

아래층엔 시답잖은 것이 들어있어 화날 법도 하건만,

시인의 눈은 그들을 안쓰러이 바라본다.

 

어린 막내가

형과 누나를 업고

먼 길 왔구나.

 

너무 작은

 1층 딸기들

 

문드러지고 멍든

코흘리개 꼬맹이들(딸기 상자, 부분)

 

상인의 부도덕한 상술을

비판적으로 꼬인 눈으로 보지 않고,

그 꼬임을 다시 반대쪽으로 꼬아서,

풀리게 하는 마음도 읽힌다.

 

옥수수 수염의 구수한 맛이 그득한 동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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