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물에 당신이 흐릅니다 - 대지의 슬픈 유랑자들 연해주 고려인 리포트
김재영 지음 / 한얼미디어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88올림픽이 끝나고, 소련과 동구권의 공산주의 국가들이 몰락하면서, 소련의 폭정에 의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이주해서 살고 있던 '고려인, 까레이쯔'들이 알려졌다.

내가 고려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조정래의 '아리랑'을 통해서였다.
간도의 역사는 그나마 좀 알려져 있었지만,
연해주의 고려인의 역사에 대해 내가 그토록 달달 외웠던 국사책에선 듣고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 역사는 그들을 잊으려 노력했던 것이다.

아리랑에서, 연해주의 고려인들은 1937년 어느 날, 갑자기 강제 이주 명령을 받고 기차에 오른다.
화물칸에서 짐짝처럼 수십 일을 달려 다다른 곳이 우즈베키스탄 등의 중앙아시아.
달리는 화물차에서 숱하게 죽고, 그래서 눈 무덤까지 만들어 보냈던 눈물의 역사.
중앙아시아에선 그 팍팍한 황야를 오로지 맨몸으로 일구어냈던 사람들.

그들이 이제, 러시아의 붕괴 이후, 독립국가들에 의해 다시 강제 이주를 당하고 있다니...

간혹, 한국 내의 조선족, 이주 노동자의 삶이나 중국의 탈북자들의 인권에 대한 르뽀들이 나오지만,
연해주의 고려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만나게 된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십여 년 전, 박재동 화백의 연변 기행 같은 데서 느껴지던 '정'이나 '공동체 의식'보다는,
찢어지게 가난하고, 주권 국가를 갖지 못한 <디아스포라>들의 삶을,
안정감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교육, 의료 등의 기본권과 내 배불릴 식량조차 없는 그들에게 북한은 너무 가난하고 남한은 너무 배부른 '놀부'였다.

흥부가 부황이 들고, 매품팔이도 실패하자, 형네 집에 쌀을 꾸러 들어갔다가 형수에게까지 죽도록 맞았다던 희극적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만이 아니었던가...

텔레비전에서, '이것이 인생이다.'란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삶들은 정말 구절양장의 굴곡으로 점철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어쩜 그렇게도 팍팍한 인생들을 살아왔을까?
얼마나 심장이 상하고, 얼마나 간장이 녹았으며, 애가 탔을까. 흘린 눈물이 얼마나 많을까...하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는, 눈물조차 메마른 고려인들의 삶이 아닌 삶에 저절로 눈물이 났다.
제 민족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제 나라도 갖지 못한 디아스포라들.
내 눈물에도 그들이 흐르고 있었다.
자작나무 흰 살결이 유난히도 슬픈 연해주에서 보내온 사람 냄새는 슬픈 내음으로 가득하다.

작지만, 후원금을 보내야겠다.
이 글을 읽으시면, 이 홈페이지에 한 번 가 보세요.
http://koreis.com/index.htm
오른쪽에 '고려인 동영상'도 볼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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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14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글샘님 감동입니다 그래서 추천으로 느낌전달해요

글샘 2006-04-15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슬픈 이야기였습니다.ㅠㅠ

rrgjy 2007-01-20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려인돕기운동 홈페이지 주소가 트래픽으로 나오네요.
확인해보니 http://www.koreis.com 로 해야 되더군요. 또는 http://koreis.com 혹시 글샘님 이 글 확인하시면 본문에서도 수정해 주심이 좋을 듯.....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