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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잡이 ㅣ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9
이청준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평점 :
이청준의 세계 속에는
잃어버린 '장인의 세상'을 찾아가는 여정이 흔하다.
서편제의 판소리 명창이 있고,
매잡이의 매잡이꾼이 있고,
줄의 줄타기 명인이 있다.
그들은 자본으로 평준화된 현대에는
아무런 돈벌이도 안 되는 전문적 기예를 가지고 있다.
한 때는 그들의 기예가 음악이고 예능이던 시절이 있었으나,
급변하는 사회에서 그들의 설 자리는 급격히 좁아졌다.
매잡이의 매가 이웃마을로 날아가고,
장터로 매를 가져온 다른 마을의 매잡이.
매값을 빌려서 온 곽서방에게 친구는 거저 매를 돌려주고 술값도 치른다.
그럼 내 자네 마을로 가서 며칠 이놈을 부려주기라도 해야 할 텐데...
하하하... 자넨 그래서 부럽단 말야. 속편한 세상을 혼자 다 살고 있거든.
아.. 이런 염치가 있던 세상이었다.
잃어버린 것들 중에서
참 아쉬운 것들이 있고,
잊혀지지 말았어야 할 것들이 있다.
이청준은 그런 것들을 꾸준히 파던 사람이었는데,
이미 그의 소설들도 그런 대접을 받는 듯 하여 아쉽다.
그의 마음 불편하게 하는 소설 중 '눈길'이 있다.
모친을 노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의 마음.
장지문 밖 마당가에
작은 치자나무 한 그루가
한낮의 땡볕을 견디고 서 있었다.
이런 말로 자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드러낸 사람.
세상에는 땡볕을 견디고 선 한 그루 치자나무 같은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견뎌야 할 시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