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제이미 제파 지음, 도솔 옮김 / 꿈꾸는돌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책 내용과 제목이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아서 원 제목을 찾아보았다.
영어 제목은 Beyond the sky and the earth다. 나메 사메 카딘 체...라고 제이미가 부탄에서 배웠던 하늘만큼 땅만큼 감사하다는 인사의 영어 번역인 모양이다.
우리 말에도 하늘만큼 땅만큼 좋아한다는 말이 있지만, 제이미가 하늘만큼 땅만큼 순수하게 사랑하는 부탄 사람들을 보면서 인상 깊었던 말인 듯 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은... 과연 무엇을 염두에 두고 붙인 제목일까?
우리 삶이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란 것일까? 아니면 그저 피상적으로 제이미의 여행이 그렇다고 여긴 걸까?
앞의 것이라면 좀 심오하지만, 뒤의 것이라면 유치하단 느낌이다.

아무튼, 제이미는 일상을 버리고 낯선 <공간>을 선택했다.
처음의 선택은 낭만적인 것이었지만, 부탄이란 <공간>에 제이미는 점점 동화되어갔다.
우리가 어렵게 동화된 이른바 <문명>을 버리고 그는 <비문명>의 공간으로 들어간 것이다.

어린 시절 우스갯 소리에는 촌놈들이 도시에 와서 당하는 일들 이야기가 많았다.
빌딩을 쳐다보니 돈을 받더라는 둥, 코 베어 갈까봐 코를 잡고 다녔다는 둥. 부시맨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이다. 모두들 <개화>한 문명의 세례를 받지 못한 <미개> 사회의 인종들을 무시하는 이야기였다.

제이미는 거꾸로 <개화>한 세상에서 배운 것들, 가진 것들을 한 순간에 잃으면서 <미개>하고 <가난>한 삶, 그 속에서도 진실은 발견된다는 상대성을 깨닫게 된다.

물론 부탄의 모든 삶이 바람직한 것도 아니고, 항상 옳은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사람이 짐승보다 무섭지는 않고, 매일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생산하지는 않는다.
이웃끼리 너무 가까워서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반면 소외되어 죽어 버려도 아무도 모르는 일은 없게 된다.

'오래된 미래'보다 훨씬 더 생활 속에 다가서 있는 글이다.
제이미는 선교사적 사명감으로 똘똘뭉친 <개척론자>가 아닌,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는 자>로서의 시선을 유지하기에 이 책이 객관적 시각으로 읽힐 수 있는 듯 하다.

제이미가 느낀 시간과 공간들을 책을 통해 같이 누리고 밟은 느낌으로 충만하다. 충분히 아름다운 책이다.
다만, 충분히 아름다운 여행임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제이미의 개인적 경험이 가지는 한계가 아닐까 한다.
그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겠지만, 부탄을 갈망하는 독자에겐 하나의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을 넘어, 충만한 사람들을 마주보게된 제이미의 <삶의 체험>을 누릴 용기가 내겐 없다.
한비야의 여행담이나 김남희의 이야기들을 보면서 대리 체험으로 충분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 낯선 곳으로의 여행들이 내게 주어지지 않았음을 한편 안도한다. 역시 난 겁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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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4-02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두고도 읽지 못한 책,
아니 뭔가의 거리감이 있는 책이더군요..
쌤의 리뷰로 대신할 책이라는 생각이군요..

글샘 2006-04-05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좀 재밌는 부분도 있는데, 아닌 부분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