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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백석 - 문학동네 글과 길 2
김자야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닭살 커플이다.
백석 시인과 자야 여사의 사랑 이야기는 30년대 사회상도 읽을 수 있고,
당시의 신식 사랑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야 여사의 옛날식 말투는 너무나도 재미지다.
멋쟁이 백석 시인의 깍아지른 얼굴과,
시인의 더도 덜도 없는 정삼각형같은 시들의 뒤에는,
자야 여사와의 뽀송뽀송하다 못해 영원히 신혼같은 풋풋한 내음의 사랑이 쉬고 있었다.
백석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그의 시에서 느껴지는 애절한 노스탤지어(향수)와,
막막한 절망감의 이면에 너무도 알려진 바가 없어 그 절절함을 실감하지 못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백석의 시가 새로운 눈으로 바라 보인다.
자야 여사의 글발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순애보, 지고지순한 사랑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그 언어가 지나치게 통속적인 것 같다.
역시 시의 뒤안길엔 눈물의 순애보가 가득하다.
3년 여에 얽은 사랑과 이별의 눈물이 이 책에 넘쳐 흐른다.
이제 백석의 시를 가르친다는 것은 또다른 의미를 품을 법하다.
자야 여사의 북관 체험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 적어 둔다.
처음 딸아이를 낳으니 '얼라'라고 합데.
크니 '체네'라고 하지 않슴메?
시집가니 '집난이'라고 하지비.
얼라를 낳으니 날더러 '아어미'라고 합데.
이렇게 늙으니 '아마이'라고 하지 않습메?
이 모습을 보고 웃자, "무스거 그리 웃붐메?"했다던 튼튼하고 아름다운 북관의 아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