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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다니구치 지로 지음, 신준용 옮김 / 애니북스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전후 일본의 아버지들이나 한국의 아버지들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이 작품은 일본의 개발 시기를 그린 것이지만, 한국도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가족을 돌보는 일에는 등한시하고 일에 파묻히셨던 아버지.
섬세한 여성으로서 사랑받는 자리에 서고 싶은 욕심을 접어야 하는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가출과, 아버지의 재혼.
아버지와 연락이 끊어진 주인공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십여 년만에 얼굴을 보인다.
힘겹게 자식들을 길러냈지만, 누구도 그 노고를 알아주지 않는 자리.
그 아버지의 뒷모습은 늘 쓸쓸하고 서늘하다.
아버지가 되어서야 아버지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보지만,
아직도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마음을 읽기엔 부족하단 생각을 한다.
그림이 시끄럽지 않으면서도 아기자기하고, 구성이 복잡하지 않아, 편안한 만화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다니기 쉬운 일본 만화에서, 오히려 정적이고 지루할 정도로 고요한, 그렇지만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만화다.
아버지의 죽음 뒤에야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삶의 편린들을 만나게 된다는 간단한 내용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의 일상사에 대한 회한들을 어루만져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