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배반한 역사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빌려올 때는 역사책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제목에도 역사가 들어가지 않는가?

책을 읽다 보니 역사를 다루긴 다루는데, 한국에는 왜 <개인>이 없는가?
왜 <개인주의>는 <개인적 이기주의>라는 나쁜 뜻으로 쓰이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국어에는 '우리'라는 말이 과잉으로 쓰인다.
my wife도 '우리 마누라', my mother도 '우리 엄마(외아들인데?)'
한국어는 '우리말', '우리 역사'로서의 국사.

거기엔 '우리'라는 말 속에 담긴, 단일 민족, 단일 국가(지금은 아니지만), 단일 역사, 단일 언어, 단일 지역이라는 제한적 요소가 담겨있다. 이것은 역사적 지리적 사회적 모든 조건을 한정하는 무서운 조건이다.

근대를 지나면서 식민지 시대를 거쳤고, 이 우리 의식은 더 강해졌다.
그 우리 의식에 <군국 주의>와 <근대화 지향> 그리고 <국민 주의>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한국이 축구,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까지 세계에 이름을 빛내더니, 어젠 야구의 본고장 미국, 일본도 꺾었다.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그런데,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것은 좀 오버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하는 국가주의 망령이 오버랩되는 건 내가 좀 삐딱해서였을까?

<국민 학교>가 1941년 생긴 이래, 우리는 <국민 교육 헌장>을 외우면서 애국가만 들으면 길거리에 멈춰서는 병영 국가에서 오랜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전시 동원 체제가 항시 유지되는 국민 국가여서,
베트남에도 자원해서 수십 만이 참여했고,
이라크에도 세계 최대의 군인을 보냈다.

제대한 지 십여년이 지난 아저씨들이 가끔 예비군이고, 민방위로 새벽에 웅성거리는 병영 국가.

국가에 짓눌려 <나>를 실종한 역사를 박노자는 개화기, 종교적 시각을 통해 파헤치고 있다.
생살을 파헤치는 일은 아픈 일이다.
그러나, 아픔 없이 성숙할 수는 없는 노릇.
그의 수술대가 딱딱하고, 고통스럽게 만들더라도 그의 수술에 박수를 보낸다.
그렇지만, 솔직히 이 책은 읽기 좀 고통스럽다. 나는 이 책을 3/4 정도밖에 못 읽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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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3-17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살을 파는 듯한 아픈 비판 아래에 슬며시 도사린 그의 한국에 대한 애정에 마음이 더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