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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쌀 한 알 - 일화와 함께 보는 장일순의 글씨와 그림
최성현 지음 / 도솔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장일순 선생의 삶을 조명해 보기 위해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분의 글과 그림들을 모아 본 책이다.
無爲堂, 一粟子같은 호를 쓰실 정도로 '억지로 하지 않는 이', '스스로 보잘 것 없다고 낮추는 이'가 장일순 선생이시다.
거지에게 적선할 때도 반드시 두 손으로 드리도록 가르친 아버지와 가풍의 영향이리라.
나를 낮추지만, <인간>은 모두 높다.
해월 최시형 선생의 <향아설위 向我設位>를 보면 안다.
우상, 귀신을 상대방으로 높이는 것이 틀렸단 거다. 내 안에 부처 있고, 내가 바로 신이란 것.
그래서 제삿상을 나를 향해 차린다는 혁명적 사상이 들어있다.
동학의 영향이겠지만, 아녀자라는 말에서 그의 <모심>과 <살림>의 정신이 잘 드러난다.
아이와 여자를 아녀자라고 일컬었는데, 늘 사회의 약자다.
그렇지만 아이들과 여자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관계다. 칼로도 끊을 수 없는 것이 모정 아닌가.
답례는 꼭 앞으로 하지 않고 뒤나 옆으로 해도 된다는 말에서 <보시>의 정신을 배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맡을 일 열심히 하다 보면 향기는 절로 멀리 퍼져가는 법이란 말씀에서 <法>이란 글자의 뜻을 생각하게 한다.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법이라고...
학생에게 좋은 대학 가지 말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선생님.
아, 나는 얼마나 엉터리 선생인가.
오늘부터는 아이들에게 좋은 대학이란 말을 다신 꺼내지 않으리라. 다시는...
원주 평신도 대표였던 그분은 교황이 떠들썩하게 와도 안 갔다. 그 이유는 <예수님은 그렇게 떠들썩하게 오지 않으실 거>란 단 한 가지 생각.
그의 <대표>론은 마음에 담아둘 만 하다.
대표가 된다는 것은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밥주고, 옷주고, 청소해주고, 똥오줌 닦아주고,... 위에서 시키고 누리려 해서는 안된다. 밑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아래에서 일을 해야한다. 대접받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좀 아쉬운 점이라면, 무위당 선생의 동학에 관한 생각을 더 읽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것. 그렇지만, 자기 생각을 책으로 남기고 그럴 필요 없다고... 우리 앞의 많은 위인들이 책 제대로 남기신 분이 누가 있냐고 하신 말씀을 듣고는... 내가 공부해야할 따름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