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 하워드 진의 자전적 역사 에세이
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 / 이후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중립을 쉽게 이야기한다. 공무원도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하고, 교사도 중립을 지켜야 한단다.
사법부도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하고, 사람들에게 중립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하워드 진은 명쾌하게 말한다.

이미 사태가 치명적인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을 때,
여기서 중립이라 함은 그 뱡향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 중립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모두 기득권자다.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자기들에게 저항하는 모든 세력에게 <중립>을 요구한다.
중립은 곧 흘러가는 방향을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 중립을 버리려 한다.
교사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얼핏 중도적으로 보이는 <모략>에 넘어가지 않으려 한다.

한국에서 아이를 기른다는 일.
한국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
한국에서 한 사람으로 산다는 일.
한국 사회는 갈수록 치명적으로 달리고 있다.
학교는 피폐해 지고, 양극은 벌써 벌어질대로 벌어져 버렸다.
이 때, 중립을 말하는 것은, 가진자의 논리를 지지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는 '당신같이 미국에 비판적인 사람이 왜 이 나라에 살고 있는가?'하는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사랑하는 건 조국, 국민이지 어쩌다 권력을 잡게 된 정부가 아니라고.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것은 독립선언서의 원칙들을 신봉하는 것이다.
정부는 인위적인 창조물로서 모든 사람이 삶과 자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에 전 세계의 남성과 여성, 어린이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들 자신의 정부나 우리의 정부에 의해 빼앗길 수 없는 삶의 권리를 가진 사람들 말이다.
어떤 정부가 이런 민주주의의 원칙을 저버린다면 그 정부는 비애국적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사랑은 당신으로 하여금 당신의 정부에 반대할 것을 요구한다.
'질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게 되는 것이다. 라고...

흑인 인권 운동, 나치에 반대하여 2차대전 참전, 베트남 반전 집회 등에서 그는 진보적인 활동을 펼친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그는 '유혈 참극에 뛰어드는 것이 파시즘에 맞서는 길일까?'를 고민한다.
전쟁에서 죽어간 두 친구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현재에 너무 압도당한 나머지 우리가 희망을 잃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내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나는 희망을 고집한다."

그의 운동에 대한 철학은 단단하고, 건강하다. 가축몰이용 전기봉으로 흑인들을 구타하던 1960년 야만의 시대부터 그는 싸워왔다.

운동에 대해서 실패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직접적인 승리는 하나도 거두지 못했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이것은 피상적인 판단으로 저항운동을 평가하는 데 있어 종종 범하는 실수다.
사회운동은 많은 '패배' - 단기적으로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것 - 를 당할지도 모르지만,
투쟁의 과정에서 낡은 질서의 힘을 부식되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생각은 변화하게 된다.
저항자들은 일시적으로 패배하지만 분쇄되지는 않으며, 반격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다시 일어서고 기운을 얻어 왔다는 말로 그는 후배들에게 용기를 준다.

물론 자유가 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람들이 계속 전진하고 있다면,
얼마나 멀든 간에 그 거리를 좁혀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
오랜 시간이라는 게 과연 중요한 것일까?

더큰 행동을 닦기 위해 작은 행동들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의 희생자들을 지켜주기 위해 고난을 줄이고
위협받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만들어 주기 위해 무언가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책.
행동은 집중적이고 조절되어야 하며, 희생자들과 그들이 직면한 재난 사이에 개입해야하지만,
더 많은 희생을 낳아서는 안된다고 '행동'의 지속성을 요구하는 훌륭한 책.

그의 활동 중, 세세한 부분은 우리에게 낯선 것이어서 지루한 측면도 있지만, 그의 철학은 사람을 더 젊게 만드는 힘이 있어 보인다. 10년도 더 전에 쓴 책이지만, 사회역사적 의의는 아직 반짝거리며 빛을 내는 책.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팀전 2006-03-10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강력추천....몇 번을 볼까말까 고민했었는데...보게 만드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