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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5년 12월
평점 :
단지 하나님이라는 이유로
그의 신자들의 사생활을 지배하고
규칙, 금지, 금제를 비롯한 다른 터무니없는 것들을 세울 권리가 있다는
이상한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겁니까?(191)
주제 사라마구가 죽기 전에 통쾌한 소설을 내고 갔다.
교회... 종교라는 '이상한 생각'에 대한 것이다.
이 소설은 구약 성경의 이야기들을 모티프로 삼고 있는데,
악인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카인의 시선으로,
성경 속의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이상한 생각'으로 삐딱하게 본 것이다.
여호와는 듣고있지 않습니다.
귀머거리니까요.
도처에서 가난하고 불행하고 비참한 자들이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애원하고 있어도 여호와는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164)
공포와 두려움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163)
하나님은 사랑의 상징보다는 구약에서 벌줌의 아이콘이다.
이에 반해 악인의 상징인 카인은 구도자처럼 그려진다.
지금은 부지런히 길을 찾는 사람으로서
심지어 불확실한 순간에도 자신을 앞서간 사람들이 남긴 실마리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147)
종교나 교회가 세속의 권력과 결탁한 현실에 대하여도 날카롭다.
전쟁은 정말이지 아주 훌륭한 사업인 게 분명하구나.
이렇게 쉽게, 순식간에 수많은 소, 양, 나귀, 여자를 얻을 수 있다니,
이 여호와는 언젠가 전쟁의 신으로 알려지겠구나.
사실 나는 여호와의 다른 용도를 모르겠다.(129)
누군가는 '신성 모독'의 치욕처럼 들을지 모르겠으나,
난 통쾌함에 ㅋㅋ거리며 읽었다.
아들의 목을 따려던 기독교 환자의 아들이 던지는 질문도 재미있다.
아버지 저는 이 종교를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나는 제정신일 때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아.
여호와가 사람들을 미체게 만든다는 뜻인가요
그래, 자주 그러지, 거의 언제나 그러지.(99)
기독교의 직선적 세계관에 대한 비꼼과 조롱이
믿는 사람들에게는 몹시 불쾌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해하지 못할 구석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