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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사 - 단군에서 김두한까지 ㅣ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읽은 역사서 중 가장 놀라웠던 책은 역시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었다.
그리고 리영희 선생님의 <베트남 전쟁>, <우상과 이성>, <전환 시대의 논리> 같은 책...
그렇지만, 그 책들은 이 책만큼 대한민국의 역사에 똥침을 놓지 못했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불온 서적>이다.
성스러운 단일 민족, 단군의 자손, 민주주의의 성지 <대한민국>을 일거에 발가벗겨버리는 힘이 한홍구의 글에는 들어 있다. 그 근거는 지난한 공부에서 나온 것이고, 부지런한 발품에서 뒷받침되는 그것이리라.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에 이런 책을 읽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변죽을 울리던 책을 읽고도 분노하고 저주하며 음주로 보낸 시절을 생각하면, 이런 무서운 책을 그당시 읽었더라면, 내가 어떤 짓을 저질렀을는지 모를 만큼 무서운 책이다.
이 책에서는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국사>는 없다.
고조선이 있지만, 고조선은 없다.
내가 숱하게 읽었던 왕조 중심의 역사를 한홍구는 <시선, 주제 중심의 역사>로 다시 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너무도 아무 상관 없는
<그들만의 역사>를,
이젠 우리와 어쩌면 그리도 상관 없을 수 없는
<우리들의 역사>인지,
무서울 정도로 명징하게 들이미는 책.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김세진, 이재호 열사가 분신하던 86년 4월 28일이 떠올라서 눈물이 났고,
아직도 군부대를 경찰이 경호하는 쪽팔린 나라에 살 수밖에 없어서 눈물이 났다.
그렇지만, 한국인이 그냥 쪽팔려 하는 역사를,
바로서지 못한 국가의 기강을,
밑바탕없는 수구 세력이 <보수>라고 착각하고 우기고 빨갱이들을 사냥하는 짓을,
더이상은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 교사로서 또렷이 기억해야 함을 깨닫는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표가 수구 꼴통들에게 비수가 되고,
대한민국의 역동적 에너지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복사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실업계 아이들은 시간이 많으니 가르칠 시간을 내 보아야겠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쪽팔리지 않은 대한민국을,
축구나 잘하고, 쇼트트랙이나 잘 돌아서 자랑스런 대한민국이 아니라,
당당한 내가 만들어가는 우리 역사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아니 보여주지 못하더라도, 청사진이라도 그려 볼 수 있다면...
고교생, 대학생, 일반인들도 두루 읽었으면... 하는 바람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