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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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신랄하다.

한국이 싫어서...

그래서 이민을 간다는 스토리다.

 

일제 강점기 만해 스님이 3년의 칩거속에 쓴 시들에서는

'님'을 간절히 부른다.

그렇지만 그 님이 정말 간절히 그리웠다거나

사무치게 보고싶은 것은 아니다.

 

그 님은 <국민의 입장에서 없으니 너무도 불편한 것>일 따름이지,

조선은 결코 백성을 돌보는 '공화국'도 아니었고, '민주적 절차'도 무시된 그런 나라였다.

 

지금도 그렇다.

국가는 백성의 고혈을 짜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세금을 올리고, 또 세금을 올리고, 또 세금을 올린다.

 

만해는 시에서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이라고 썼다.

당신은 나를 흙발로 짓밟습니다.

강을 건너면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조선은 그런 나라였다.

백성을 흙발로 짓밟던, 그리고 돌아보지도 않고 가버리던 나쁜 남자같은 나라.

그러나, 그 조국을 통째로 일본에게 바치고 나자, 조국 없음이 뼈저리게 사무친다.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당신을 보았습니다. 중)

 

만해가 그리워하고,

'님은 갔지마는 다시 돌아올 것을 믿쑵니다.'고 했던 시대는 갔다.

장강명은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한테 혼난다고 부모님이 고마워지디?(170)

 

일본놈들 지랄 같다고, 상대적으로 조선이 고마워지는 것은 아니란 것.

 

식민지 시대가 가고, 전쟁이 휩쓸고 간 나라에서 살아남은 민초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적응력 하나로 버티고 있다.

그런데, 다시 '가렴주구'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가혹하게 염출하고 베어서라도 구하는' 시대.

 

아직도 봉건시대의 '시어머니'와 '시 월드'가 가득한 세상에서,

여자들은 결혼을 거부하고 자식 낳기를 거부한다.

남자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자식 낳기를 포기한다.

 

그 한국이 싫어서,

인간이 인간을 대접하지 않는 나라가 싫어서 떠나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그저 이야기다.

애국을 이야기하는 자들도 읽어볼 만 하고,

국가를 비판하는 자들도 읽어볼 만 하다.

 

핵심은, 모두 같이 잘 살자는 <공화>의 이념도 없고,

더이상 <민주적 절차>도 없는 껍데기뿐인 민주공화국에서 사는 것이,

이민가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어보인다는 것이다.

요즘 보면 '위안부 협상'이나 '세월호 사태'나 민주적 절차는 염두에도 없어 뵌다.

 

내가 사실 어디서 뭘 배우고 일을 해서 남들한테 인정을 받은 게 처음이야.

남자들이라는 게 단순해.

회사에서 인정받으면 얼굴 펴지고 어깨 으쓱으쓱하고 그러는 게 남자들이야.(136)

 

그래.

이 나라에서 인정받기는 참 힘들다.

휴가를 가면 인정받지 못한다.

아니, 휴가 자체도 전국이 동일이다. 8월 1,2,3.

직장인의 휴가가 군인보다 적다.

그리고 군인의 식비는 감옥 죄수의 식비보다 단가가 싸다.

이곳이 한국이다.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할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순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160)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는데,

그는 이렇게 방향을 잡는다.

 

걔들은 완전히 방향을 잘못 잡고 있어.

자기 회사를 아무리 미워하고 시어머니를 욕해봤자

자산성 행복도 현금흐름성 행복도 높아지지 않아.

자기 행복을 아끼다 못해 어디 깊은 곳에 꽁꽁 싸 놓지.

그리고 자기 행복이 아닌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 버티는 거야.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라도 남을 불행하게 만들려고 해.

아주 사람 취급을 안 해 주잖아.

젊은 애들이 호주로 오는 게 바로 사람대접 받으려고 그러는 거야.

접시를 닦으며 살아도, 사람 대접을 받으니까.

근성 고치려면 자산성 행복을 좀 버리고

현금흐름성 행복을 창출해야 해.(187)

 

장강명은 사회의 핵심을 뚫어보는 능력을 가진 작가 중 하나다.

친구에게 수다떠는 문체의 이 책은,

징징대는 눈물 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사람이 단단해야 행복도 지킬 수 있다.

징징대고 칭얼대는 아이처럼 구는 어른은

이용당하고 버림받기 십상이다.

 

장강명, 앞으로 오래 두고 읽을 수 있을 작가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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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12-3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단단해아 행복도 지킬 수 있다`는 말씀 마음에 남기고 갑니다.

새해도 건강하시고, 언제나 처럼 좋은 글들 기대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글샘 2016-01-09 22:32   좋아요 0 | URL
네, 아무개 님도 건강한 새해 보내고 계시죠?
올해는 불행한 일들이 좀 적게 일어나길 바라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