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써서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우리말 - 지피지기 1
남영신 지음 / 리수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개인적으로 남영신 선생을 좋아한다.
남영신 선생은 나와 한 가지 생각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바로 한글 맞춤법을 가르칠 필요 없고, 국어 사전을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면 된다는 생각 말이다.

내가 석사 과정 논문을 준비하고 있을 때, 남영신 선생의 의견을 논문에 적었더니, 이 사람은 학자가 아니라면서 빼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대학 교수라는 치들은 '교수'란 직함이 있어야 학자고, 그 외엔 무지렁이 취급을 하는 단점이 있다.

남영신 선생은 ---학을 전공하고 박사를 딴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우리말에 대한 애정이 크신 분이다.
무작정 일반인이 알아보기 어려운 한글 맞춤법을 제정해 두고,
이거 안 지키면 <바보> 내지는 <애국자가 아닌>사람, 또는 <교양없는> 사람 취급하는 <법>정신이 문제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고 말이다.

이 책은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남영신 선생은 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글을 그닥 어렵게 쓰지 않는다.

개정판이 나오기 전 제목이 <말 잘하려면 국어부터 잘하고, 외국말 잘하려면 한국말부터 잘해라>였다.
한국어의 현주소가 <맥없고 휘청거리며 비틀거리는> 모습임을 우려한 글이기도 하고,
앞으로의 한국어를 <힘차고 주체성있는> 오롯한 우리말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글이기도 하다.

한자를 무작정 많이 배워야 한다는 데, 남영신 선생은 적극 반대한다.
우리가 한자어 때문에 쉽사리 익히지 못하는 말도 많고, 한자어기 때문에 틀리게 쓰는 예도 많기 때문.
그렇다고 한자 교육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같은 한자 교육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한자 칼럼을 비판하신 부분은 지당하신 말씀이다.
조선일보는 제잘난 맛에 살지, 일반인들이 알 필요 없는 한자어를 교육적이라며 옮겨 대는 놈들이다.

이 책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적은 이 말이다.
<우리가 외래어를 잘 가져다 쓰는 것은 지식인들의 의식 구조가 문제 해결적이지 않고 지식 권위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학자들은 얼마나 권위적 지식에 목매달고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 익혔거나, 생각해 볼만한 단어들

1. 육젓과 오젓 : 육젓은 유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젓으로 좋은 새우젓이고, 오젓은 오월에 잡은 새우(오사리)로 담근 젓이란다. 오사리 잡놈이란 이런 되지 못한 것들이 몰려 있다는 뜻이겠다.

2. '안절부절하다'. '안절부절 못하다'. 어떤 것이 맞을까? '어줍다', '어줍잖다.' 무엇이 옳을까? 원래 말은 앞의 것이라는데, 그렇게 표현하니 왠지 허전해서 부정적인 '못하다'와 '않다'를 붙였다는 말씀.

3. 교회 다니시는 분들이 하느님께 기도한다. "하나님 아바지, 축복을 내려 주시옵소서..." 그런데 '축복'의 원 뜻은 <복을 빌다>는 뜻이란다. 그러므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는 써선 안되는 불경스런 낱말.

4. '독불장군으론 세상을 살 수 없다.' 고 쓰는 용례에서, '독불장군'을 생각해 보면, '혼자서는 장군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세상 살이에서 독불장군'이다.와 같이 써야 한다. 이왕이면 우리말로 쓰면 좋겠다. '혼자서 장군이 될 순 없다'... 같이. 안전 사고(안전한 사고?), 피로 회복제(피로를 회복하는 약?)도 좀 우스운 말.

5. '좋은 시간 되세요' 와 같은 번역투 문장도 고쳐야 한다.

6. '파장'과 '파문'도 구분해서 써야하는 낱말이다. 파장은 전파나 음파의 한 마루에서 다음 마루까지의 주기를 나타낸 말이다. <파장이 길다>로 쓴다. 파문은 동심원으로 일어나는 물결이다. <파장을 던진다> <파장이 예상된다>는 <파문을 던지고 있다. 파문이 예상된다>로 고쳐야 한다.

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도, 실상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늘상 갖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의 지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죄악>일 수 있다.

꾸준히 연마할 한 분야임에 틀림없다. 우리말 바른말 고운말 찾아 쓰기 말이다.
텔레비전에서 <우리말 겨루기>란 코너가 있는데, 아들 녀석이 참 좋아한다.
가끔 내가 전혀 모르는 말도 등장하고, 띄어쓰기 같은 것은 나도 많이 틀리는 소재다.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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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만루홈런 2006-07-27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있나 찾아봐야겠는데요, 저도 요즘 도서관 잘 이용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