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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있는 에세이 ㅣ 범우 사르비아 총서 406
정진권 지음 / 범우사 / 2002년 9월
평점 :
'정민 선생의 한시 이야기'는 많은 이들을 고전의 길로 인도한 공이 크다.
쉽게 읽히지 않는 한시를, 말랑말랑한 자기 이야기들로 풀어내는 힘이 느껴졌다.
그 책을 생각하면서 이 글들을 읽자니 왠지 괜히 비교가 된다.
우선, 한시를 재미나고 읽고 싶도록 주제 순으로 배열하지 않고,
시대 순으로 배열을 잡으려 했던 것이 너무 교과서적이다.
교과서는 공부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어서, 수능 일등들이 매번 강조하는 것이지만,
공부를 하는 독서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교과서식 편찬은 도서의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글들이 자기 생각을 담백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도입부의 이야기, 한시 풀이, 다시 이야기가 겉도는 듯한 느낌을 버릴 수 없다.
한시가 담고 있는 풍부한 서정, 한국인들이 풀어 낸 성정의 폭과 깊이를
현대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너무 잃어버리는 느낌이다.
이 책이 신뢰도를 얻기 어려운 가장 단점이라 볼 수 있는 것은 오자가 눈에 띈다는 것.
공후인에서 공후를 篌箜(후공)이라고 표기한 것이라든지...(18쪽)
군대의 여군 상병이란 좀 어색한 설정이라든지...(274쪽)
국어 교사 출신이란 이력이 믿기지 않는 '설흔'이란 표기라든지... (237쪽)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맛볼 수 있었던 한시들의 의미는 변하지 않는 것인데,
그 중 최해의 이사가는 풍경을 적어 본다.
平生業已誤爲儒 어쩌다 잘못든 길, 선비란 게 되어서
是處謀身拙且疎 평생을 떠돌며 엉성하게 사네만,
莫怪遷居無物載 이삿짐 없다고 비웃지는 말게나.
聖賢經典尙盈車 성현의 경전이 수레 하나 가득하니...
멋지지 아니한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