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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새의 선물이란 제목은 어떤 시에서 온 거라는데, 솔직히 난 그 시와 이 소설의 상관관계에 대해 별로 삘이 와 꽂히지 않았다.
이 소설은 재미있다. 십 년 전에 일부분 읽었던 책인데,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전체를 읽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여느 아이들 화자가 <신빙성 없는 화자> 역할을 해서 역설적으로 어른들의 치부를 드러내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는 반면, 열두 살 처녀 아이 진희는 어른 뺨치는 이성을 갖게 된다. 어떤 이들은 '에이, 열두 살에 이런 아이가 어딨어?'하고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아니다.
나이는 햇수가 지나감에 따라 늙어가면서 먹는 것이 아니다.
나이는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고, 상처를 입다 보면 홀라당 먹어버리는 수도 있다.
특히나 주변의 어른들이 잠자리에서 나누는 많은 이야기들은, 아이들을 상당히 조숙하게 만든다.
나도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 어머니 사이에 오가던 그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알지도 못하던 친천과 시골 사람들의 관계를 도식화해서 머릿속에 넣고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순진한 이모의 연애 사건들과, 점포들의 군상들에게서 느끼는 삶의 비릿한 내음은 진희에게 역겹기도 하고 싱겁기도 하다.
운명의 장난인가, 우연의 연속인가... 하는 삶의 명제는 사람과 소설이 있는 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성장 소설이다. 다만 진희는 다분히 전지적 시점의 화자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읽기엔 좀 버거운 대상일는지도 모른다. 글쎄, 진희처럼 세상의 꼭지에 올라앉은 듯한 아이라면 또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