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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과 영혼의 경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송태욱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7월
평점 :
일본어 책의 제목은 '사명과 혼의 리미트'이다.
여기서 '사명'은 어떤 일에 대한 철두철미한 소명의식을 갖는다는 이야기일 터이고,
그것은 주인공 히무로 유키의 아버지 경찰관의 사명,
그리고 신경외과 의사 니시조노의 사명,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의혹에 대한 유키의 사명,
또는 여친의 죽음에 대한 조지의 사명,
범인을 잡아야 하는 형사 나나오의 사명,
그리고 온갖 혼선 앞에서도 최선을 다했던 의료 관계자의 사명... 등으로 형상화되어 등장한다.
그러나, '타마시이'는 번역처럼 '영혼'이나 혼령의 의미보다는,
여기서는 '양심'에 가까이 쓰였다.
좋아하는 여자의 남편의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의 양심,
여친의 죽음의 책임을 묻는 사나이의 양심,
그리고 대기업 CEO의 양심...
그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소설이 주요 내용이다.
수련의 신분인 유키는 아직 배우는 중이라 어정쩡한 신분이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야하는 자신의 모습에 감동을 받아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보호자들의 모습에서 '사명감'에 대한 위로를 얻는다.
당직실에 드러눕고 나서도 가벼운 흥분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수술 직후에 느끼는 고양된 기분과는 전혀 달랐다.
기쁨과 상쾌함이 가슴속을 채우고 있었다.(356)
어떤 목표를 이루거나 사업에 성공했을 때의 쾌감과는 전혀다른 흥분...
이것은 어떤 보수나 결과로 갚아질 수 없는, 그런 '사명'의 완수에서 오는 흥분이다.
당신이 특정 인물의 목숨을 노리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 병원에는 그 외에도 많은 환자가 있다.
양심이 있다면 지금 당장 이런 무모한 범행을 중단하라.(449)
잔인한 사람이라면, 또는 자살테러범이라면
이런 정도의 멘트에 마음을 바꾸진 않는다.
양심이나 '타마시이(혼, 마음)'의 한켠에서 물결지는 소리가 세상을 바꾼다.
직업에 대하여 타성에 젖게 되는 이즈음,
월급쟁이로서의 생활 외에도,
누구나 가져야 할 사명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사명과 양심이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그 마찰하는 지점이나 경계에서 사랑도, 추억도 돋아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