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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 거꾸로 읽는 책 25 ㅣ 거꾸로 읽는 책 25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역사란 무엇인가...
초등학교 시절 배웠던 역사는 외울 것 투성이인 <연대표>에 불과했고,
중학교 들어와서 역사는 선사 이후의 모든 것을 적은 것이라고 배웠고,
고등학교와서 역사 시간은 <인간 수면제>였다.
대학에 가서 역사는 '움직이는 것'이며 '운동하는 것'이고, 민중이 바꾸어 나갈 수 있는 것이라는 <역사관>을 갖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역사는 느리지만 전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전진은 너무나도 느리고 미미해서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인류 역사는 행복에 도달할 수 없을는지도 모르겠다.
대학 수업 시간에 역사는 과거와 미래의 대화라는 둥, 아와 비아의 투쟁이라는 둥, 각종 사관에 대해서 배운 적도 있지만, 실제로 내가 고민했던 역사는 그런 대화도, 투쟁도 아닌 <고민>이었다.
교수대로부터의 리포트란 책을 읽으면서 곱씹던 말 : "혁명이 오는 날 새벽, 내가 마지막으로 쓰러지는 병사가 될 지라도 혁명을 하겠는가?"하는 말이 대학 시절 나의 고민의 화두였다. 쉽게 말하자면 별로 역사적 의지 없는 겁쟁이의 소시민적 반응이라 할까...
아마 유시민도 그런 경험을 떠올리며, 후배들에게 이런 책을 남기고 싶었을 것이다.
이십 년 전에 쓴 거꾸로 읽는 세계사에 비하면, 이 책은 훨씬 훌륭하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단편적인 사건 몇 개, 지금으로 치자면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1분 안에 주루룩 나오는 역사적 사건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책에 불과했다. 그 내용의 선정에서 팔레스타인, 드레퓌스 사건 등 신선한 면은 있었다 하더라도, 그런 사건들을 아이들에게 읽혀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채, 우리가 배워온 역사에 대한 <반동>으로서 그런 책을 구상하게 되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이제 이 책에 와서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우리 역사를 끌어안고 살아낸 경험을 살려서, 올바른 역사 서술은 이런 방향으로 흘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을 쓰고 있다.
우리가 접하는 많은 역사책들이 객관적 시각을 취한다는 미명하에 역사를 왜곡해 오고 있다.
우리 역사책은 불필요한 고대사가 80-90% 차지해 왔고, 나머지 10%는 너무도 부실하게 배워왔다.
세계사 책에서는 유럽이란 주연과 중국이란 조연이 공연해 온 것을 그저 받아들였고...
역사를 처음 배우는 청소년 기에, 너무 고고학적인 내용만을 다루는 것은 아이들에게 박물관 갔다오는 숙제를 내 주고, 알아서 공부하라는 것만큼이나 무책임한 것이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쳤다가 입이 찢어져 죽었다고 날조된 이승복 어린이를 배운 우리는 '공산당을 지지할 수 있는 역사적 안목'이 없다. 아니 두렵다.
'노동당'이 드디어 우리 국회에도 열 명이나 등원하게 된 것은 이 사회의 역사 발전이 긍정적인 발걸음을 하고 있음을 보인다. 그러나, 아직은 '민주 노동당'이다.
우리 후손들조차도 '노동당' '공산당'을 쉽게 지지하기까지는 아직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만큼 올바르지 못한 역사는 우리를 주눅들게 만든다.
프랑스 어린이들 일기 같은 걸 읽다 보면, 초등학생들이 쉽게 노동당을 지지한다, 파업에 지지를 보낸다... 이런 내용을 읽을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이런 닫힌 교육과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겠고...
이 책은 역사를 왜 공부해야 하는가. 우리가 잘 모르던, 사회주의 역사는 어떤 것에서 달랐던가. 그리고 역사는 과연 위인들의 사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어떤 책 제목대로 <광기와 우연>에서 역사가 흘러가는 것인가. 우리같은 낱낱의 한 사람으로서는 역사에 희생물로서만 존재하게 되는가? 뛰어난 천재와 광기의 악마만이 역사의 주인공인가?
유시민은 명확한 답을 준다.
역사를 우연의 연속이라고 하는 자들은 분명히 음흉한 속셈이 있다. 역사에서는 우연히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해도, 분명히 어떤 조건이 성숙되어 굴러가는 저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심판하지 않고서는 역사는 진보할 수 없다는 것.
현실 정치에 뛰어든 그가 이제 여러 구설수에 얽매이기도 하고, 기존의 정치권과 함께 매도되기도 하지만, 이 책에 쓴 것처럼, 역사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려는 사람들 중의 하나로 기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