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전.

1989년 5월 28일.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나는 건국대학교 주변에서 연행되었고,

나는 갓 대학을 졸업한 신규교사였고... 1989년 3월 2일 발령...

남대문 경찰서에 구금되었다가 밤 늦게 풀려났다.

다행히 지하철은 끊기지 않았던 듯...

 

전교조는 빨갱이 소리를 들었고,

온갖 언론의 지탄을 받았다.

 

합법화 되고, 해직교사가 복직되었으나,

전교조에 대한 언론의 시선은 늘 <임금>을 부정하는 <동학교도>를 바라보듯,

싸늘한 것이었다.

 

전교조의 실체는 없으나,

통진당 해체와 함께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아,

<가진자들의 전횡>에 가장 걸리적거리는 집단으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범죄자 원세훈이가

통진당과 전교조를 해산해야 한다고 하던 뉴스가 난 적이 있던가.

 

 

그 소년의 아버지였을까.

반도의 하늘 높이서 태양이 쏟아지고,

싸늘한 땀방울 뿜어낸 이마엔 세 줄기 강물,

대륙의 섬나라의

그리고 또 오늘 저 새로운 은행국

물결이 딩굴고 있었다.

 

남은 것은 없었다.

나날이 허물어져 가는 그나마 토방 한 칸.

봄이면 쑥, 여름이면 나무뿌리, 가을이면 타작마당을 휩쓰는 빈 바람.

변한 것은 없었다

이조 오백 년은 끝나지 않았다.

 

옛날 같으면 북간도라도 갔지.

기껏해야 버스 길 삼백 리 서울로 왔지.

고층 건물 침대 속 누워 비료 광고만 뿌리는 거머리 마을,

또 무슨 넉살 꾸미기 위해 짓는지도 모를 빌딩 공사장,

도시락 차고 왔지.

 

이슬비 오는 날,

낯선 소년이 나를 붙들고 동대문을 물었다.

그 소년의 죄 없이 크고 맑기만 한 눈동자엔 밤이 내리고

노동으로 지친 나의 가슴에선 도시락 보자기가 

비에 젖고 있었다.(신동엽, 종로 오가 부분)

 

 

소름끼친다.

변한 것은 없었다.

이조 오백 년은 끝나지 않았다.

 

이북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전제 독재 군주 국가가...

이남엔 박정희-박근혜 전제 독재 군주 국가가 놓여있을 뿐.

 

<왕조 국가>의 체제에 저항하는 세력은

<반 국가 세력>으로 처단하는 현실은... 이조 오백년은 끝나지 않았음을 울린다.

 

오늘 내가 발령받은 지 26년 지나...

다시 전교조의 생일날...

 

해직된 조합원은 조합원이 아니다?

그럼 조합원이 해직되면 누가 싸워주나.

 

왕조의 부자들로 이루어진 재판소에서는

전교조를 짓밟자는 의견이 절대 다수다.

 

 

대한민국 왕조의 역사 시계는 거꾸로 간다.

 

죄업고 크고 맑기만 한 눈동자엔

오늘도 높다란 빌딩 공사장의 굉음만 그득하고,

 

야당도 짓밟고,

이제 교육도 짓밟고,

다시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의 왕조 국가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잔인하다.

생일날을 제삿날로 만드는 치졸함이...

 

 

역사는 기록하리라.

 

1989년 5월 28일... 그 참교육의 함성으로 울려퍼지던 뜨겁던 열망도,

2015년 5월 28일... 법외노조... 결국 힘도 없는 노조를 짓밟아 부스러뜨리던 날도...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테레사 2015-05-29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선생님....저는 그때 굴비엮이듯 묶여 닭장차에 실려가던 선생님들을 보았습니다...세상은 하나도 달라진게 없는 것일까 요?

글샘 2015-05-29 19:32   좋아요 0 | URL
세상이 달라지긴 했죠.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지만은 않는다는 걸 겪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