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불온한가 - B급 좌파 김규항, 진보의 거처를 묻다
김규항 지음 / 돌베개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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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씨의 책에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는 제목이 있다. 세느강을 바라보며 조국을 생각하던 택시 운전사에겐 동서를 가르던 강물이 그런 생각을 떠올렸겠지...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한 90년대 이후, 우리는 진보의 이름으로 퇴보했고, 진보의 이름이 국회에 입성할만큼 진보했다. 그 퇴보한 진보의 자리를 두 눈 형형하게 뜨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를 B급 좌파라고 일컫는 김규항이 그렇다.

그에겐 세상이 참 못마땅하다. 그런데 그의 글을 읽어보면 맞다. 그의 말대로 사람들은 적당하게 자기를 궁글려 버리고, 모난 돌을 갈아 버렸다. 80년대 모난 돌들이던 지식인들이 90년대 정에 맞지도 않고 스스로를 궁글려 버린 데 대해 그는 화가 났다.

자기들이 지닌 지식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한국의 지식인들이다. 의사, 약사, 교수들...

나는 요즘 교사들도 전문성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대우를 받는 경우의 하나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교사가 얼마나 중노동인지 아느냐고 말하지만, 교사가 정말 중노동인 사람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에 한정된다. 아이들에게 시간을 투자하다보면 정말 피곤하고 힘들다. 아이들은 하나도 형성된 것이 없어서 계속 뭔가를 만들어가야하고 계속 손을 대야 한다. 잠시만 한눈 팔면 아이들은 반드시 엉뚱한 길로 가고 있다. 엄마들은 이 진리를 알 것이다. 하루만 손 떼어도 삐딱선을 타는 아이들을...

그의 시각은 정확하다. 세상은 여러 스펙트럼의 사람들이 사는 것 같지만, 모든 대결은 선과 악이어서 악이 없어지만 선과 조금 선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가진 자들의 계급과 못가진 자들의 계급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은 정확한 구분이다.

유시민이 라운드 티를 입고 국회에 갔을 때, 미친 놈들은 유시민을 미친 놈이라고 했다. 그들은 똑똑하다. 국회의원씩이나 하는 놈들이 무식할 리가 없다. 미친 놈들은 미친 놈들을 알아보는 법이다. 유시민은 넥타이를 매고 갔어야 옳다. 어차피 지식인인 유시민이, 라운드티를 입고 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쌩쑈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진보적 정치인이라면 자기는 혼자라도 버티는 정치를 해야 한다.

민노당 국회의원들이 점퍼를 입고 등원을 하든 개량 한복을 입고 등원을 하든 미친 놈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왜? 유시민한테는 난리를 떨더니... 같은 편을 알아본 거였다. 그리고 적을 예민한 후각으로 분간한 거였다. 똑똑한 놈들...

김규항은 우리의 삶이 지향해야 할 지점들을 너무도 경쾌하게 잘 짚어주고 있다. 우리가 뜨거운 가슴으로 살아야 할 이유를 그는 가르친다. 그 가르침은 무지무지 불편하다. 손톱에 낀 가시가 아니라 심장에 닿은 불꽃처럼 불쾌하다.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은 수입을 확보하고, 아이들도 밑바닥 인생을 살 확률은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이 시대의 맹한 중산층 내지 중층 서민들에게, <너희의 위치를 똑바로 보라. 너 자신을 알라>고 깨우치는 그의 죽비는 매섭지만, 두렵지만, 명쾌하다.

이 시대 진보의 자리를 가늠해볼 수 있는 책.

개인적으로 갖가지 저널에 돈벌이로 올렸던 잡문들을 모아서 책으로 내는 넘들을 무지 싫어하는데, 이 책은 일관성있는 그의 시선과 내 비곗덩어리를 헤집어내는 비수의 뜨끔함에 심장이 뛰어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한 뜨거운 책이었다. 진보의 거취에 늘 렌즈를 들이대고 있는 김규항에게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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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9-29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네요. 보괌함으로 갑니당~~~

2005-09-30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5-10-01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약사가 가진 <전문적 지식>앞에 우린 얼마나 권위가 없는지를 생각하면서 쓴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