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샘터에서 - 시와 그림과 에세이가 있는
최두석 편저, 윤금숙 그림 / 웅진북스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난 유명한 시인들이 일반인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펴내는 시 선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중고생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00가 읽어야할 시 선집' 같은 책들은 유명 대학 교수들이 이름을 걸고 그 제자들이 만드는데 이런 시 선집은 더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려서 무슨 기준인줄도 모르고 읽던 <한국의 위인>, <세계의 위인> 그리고 청소년 시절 문학 소년이 되어 읽던 <한국 단편선>, <세계 명작선> 같은 책들의 명작 기준이 무엇인지는 어디에도 밝혀진 바 없다. 내가 어렸을 때 위인 중에 군인들이 많았던 걸로 봐서 군사 정권의 시선이 끼친 듯도 싶고, 위인 중에 유럽과 미국의 인물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아 제국주의적 시각이 영향을 미친 듯도 하다. 지금 다시 보는 유명 한국 단편들은 대가 독재 정권과 친했던 순수파들의 작품들이고, 세계 명작은 마찬가지 유럽의 영향이 큰 듯.

요즘 편찬하는 일반인을 위한 시들은 어찌 보면 돈벌이를 위한 편집에 불과하다는 생각들을 하던 중에,

이 책은 조금 낯선 시도를 하는 듯 해서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이 책에 실린 시들, 시인들에게서 맡을 수 있는 냄새는 바로 사람 내음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도 있지만, 그간 우리가 읽어대던 시들에게서는 바로 이 <사람 냄새>가 거세되어 있던 것은 아니었던지... 박두진의 <해>처럼 아무 재미 없는 시들이 교과서에 등장했었고, 김소월의 그 명작들을 제치고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엄마야 누나야는 <아리랑>과 그 음절 수가 같은 실험성 외엔 별 감상을 느낄 수 없던 것이다.

제7차 교육과정이 시작되면서 문학 교과서가 개편되었는데, 해방 후 이제까지의 교과서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면, 바로 삶과 유리되지 않은 작품들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수영의 풀, 신동엽의 껍데기~, 누가 하늘을~ 같은 작품들에서부터,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까지 실린 것은 이적지의 문학 교과서의 편향에 비추어 본다면 획기적인 진보로 보인다.

물론 그 시들을 가르치는 국어과 교사들의 사고는 수십 년 전과 그대로이기 쉬우나, 적어도 386 세대가 대세인 교단에서 이런 시들은 독자들의 사고를 <글의 향기>에서 <사람 냄새>로 돌리게 한다.

최두석이 엮은 이 시집은 그렇다고 운동권의 시들을 모아놓은 것도 아니고, 참여시를 집대성한 것도 아니다. 삶을 조금 색다르게 보고, 사람의 삶이 아무리 무질러 지더라도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임을 발견하려는, 발견해야 한다는 시들을 모은 것 같다.

다른 시인들이 같잖은 말들로 췌언(군더더기말)과 사족을 단 책들에 비해, 최두석의 곁글들은 새로운 창작에 빛나는 글들이다. 나름대로 설명하려 하지 않고 또다른 창작과 비유를 통해 시의 주제 파악을 도와주는 시도는 신선하다.

다만, 그림이 좀 마음에 안든다. 좀이 아니라 아주 맘에 안 든다. 왼쪽 옆에 조그마하게 아이콘처럼 보이는 꽃사진들의 앙증맞은 사랑스러움에 비해, 무채색이 주류인 그림들은 시의 <인간 냄새>를 다시 <무취의 문화>로 이질감을 맞게 함은 내 그림보는 눈이 뒤떨어지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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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9-11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냄새 나는 시집, 저도 이런 시집이 좋습니다.
유리벽 같은건 정이 안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