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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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년쯤 전에, 류시화가 엮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감명깊게 읽고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도 많이 읽어주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얼마나 우리가 아는 것이 부족한가 말이다.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이 적은지... 지나 놓고 나면 늘 후회뿐인 우리 삶에, 잠언 시집들은 일깨움을 주는 감로수와 같다.

삶에서 필요한 것을 나열한다면 끝도 없을 수 있지만, 사실 나는 몇 가지 적을 것이 없고, 별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지금 내가 살아 있을 것. 그 외에는....

삶에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단 한 가지는 <이것 또한 지나간다>는 것. 그래서 우리 삶은 멀리서 본다면 한 조각의 <퀼트> 작품처럼 그렇게 완성된다는 그런 것을 미리 알려주는 이 책은 널리 읽히고 싶은 책 중 하나다. 몇 가지 시들을 적어 본다.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라. 행복과 고통은 다른 세세한 사건들과 섞여들어 정교한 무늬를 이루고, 시련도 그 무늬를 더해 주는 색깔이 된다. 그리하여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으 ㄹ때 우리는 그 무늬의 완성을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아메리칸 퀼트>에서...

그때 왜... 저 사람은 거짓말을 너무 좋아해. 저 사람과는 결별해야 겠어.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나의 수많은 거짓말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 사람은 남을 너무 미워해. 저 사람과는 헤어져야겠어.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내가 수많은 사람을 미워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 사람은 너무 교만해. 그러니까 저 사람과 그만 만나야지.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나의 교만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 사람은 너무 이해심이 없어. 그러니까 저 사람과 작별해야지.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내가 남을 이해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이 사람은 이래서, 저 사람은 저래서 하며, 모두 내 마음에서 떠나보냈는데, 이젠 이곳에 나 홀로 남았네... 김남기...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 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

우리 시대의 역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낮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고,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줄었다... 더 빨라진 고속 철도, 더 많은 광고 전단, 그리고 더 줄어든 양심, 쾌락을 느끼게 하는 더 많은 약들, 그리고 더 느끼기 어려워진 행복... 제프 딕슨이 처음 인터넷에 이 시를 올린 뒤, 많은 사람들이 한 줄씩 덧보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이런 좋은 글들을 만나게 되는 아침이면 마음이 서늘하다.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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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5-09-08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는 제게는 삶의 화두와 같은 시입니다.
올 여름 치과에 가서 그 무서운 치과 의자에 앉아서 제 자신에게 되뇌인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 고통스러운 과정도 빨리 끝나는 것 같더군요. 두렵거나 걱정되는 일이 있을 때 이 시는 정말 힘이 됩니다.^*^

글샘 2005-09-09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 전체를 두고 본다면, 색즉시공의 지혜가 눈에 들어 오게 하는 시라고 생각합니다. 기쁠 때고 슬플 때도 반지에 새겨 두고 반야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말이지요.

해콩 2005-09-0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곧 人生無常이라는 뜻이지요.. ^^
무엇이든 '변하게 마련이라는 사실'이 불행이기도 하지만 또한 동시에 다행이기도한, 기막힌 역설!!
"모든 게 흘러가고 변해서 불행하지만 정말 다행이예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