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에 돌직구를 던져라
정성식 지음 / 에듀니티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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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퇴근무렵, 부장들과 교감이 둘러앉았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농어촌에 있는 과학 중점학교로 부산시내 중학교 내신 1%대의 학생들이 주로 오는 고교이며,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농어촌 학교라서 규모가 작고(학년당 5학급) 그래서 당근 교사 수는 적다. 31명.

그런데, 아이들이 똑똑하고 착해서 수업 부담이나 업무 부담음 무척이나 많은데,

아이들의 학습 부담도 여느 일반계의 몇 배는 되지 싶고,

교사들의 업무 부담 역시 전임교의 서너 배는 될 듯 싶다.

 

보람으로 치기에는 너무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또 요즘 일반계 고교가 무너지는 것을 듣노라면, 이곳이 행복한 곳인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부장교사들은 각 부서 업무가 너무 과중하고,

일이 몰려있어 힘들다고, 어떻게 업무를 좀 나누면 좋겠다고 이야기들 했지만,

아무런 해결책도 있어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올해 전근가는 부장선생님들이 주로 이야기를 했으므로,

내년의 부장 임명이나 업무 분장에 치명적인 고통이 야기될 조짐을 보였다.

 

학교에 들어서는 일부터 나가는 일까지를 적은 문서를 '교육과정'이라고 한다.

수업과 수업외 모든 활동을 일컫는다.

그래서, 이전정권에서 '한국근현대사' 교과 자체를 없앨 때도, 현정권에서 '국사'를 국정으로 만들려는 시도도,

모두 교육과정을 건드리는 일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자율형사립고 등 학교를 툭툭 건드리는 한 마디 돌멩이가,

개구리를 잡는 식으로 '교육과정'은 교사들에게는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가져온다.

 

초등학교에서 학교 운영을 통하여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들을 그야말로 정확하게 '돌직구'를 날리며 이야기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점들을 짚고 한숨만 쉰다면, 그것은 해결책을 낼 수 없다.

 

이 책이 의미를 가지는 지점은 '전라북도 교육감'의 성향과 알맞은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기 때문이고,

교육에 대한 의견 공유, 토의가 가능한 지점을 적절하게 찾아냈기 때문이다.

과연 고교 교육에 관하여 이야기한다면... 얼마나 말은 많고 한숨만 쌓일지... 의문을 품고 읽었다.

 

<상장을 넘어 성장을 보라>

 

아이들의 성향을 제대로 보고 칭찬해주는 일은 꼭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나름의 재능을 스펙으로 쌓게 하는 상장은 자부심을 길러주는 교육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과연 그 숱한 상장들은 아이들을 줄세우는 일 외에, 성장을 담보하는 내용이 있기나 했던지...

글쓴이는 의문을 던진다. 충분히 공감을 하는 부분이다.

 

<교사 독서 토론>-'아이의 사생활',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교사들을 묶어 책을 읽든, 차를 하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소중하다.

의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서로 위로하고 공유하는 일은 힘이 된다.

교사 독서 토론... 조직해 볼 만한 일이다.

 

<교사 수련회 성과 정리>

 

어느 학교나 '교육과정 워크숍' 명목으로 여행을 떠난다.

주로 여행과 음주가무로 모든 자리가 메워진다.

학교 이야기는 떨쳐 버리는 것이 목적인 듯...

그렇지만, 학교 이야기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 이야기를 반드시 적어서 내부결재를 받아 다음 교육과정에 반영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의미 있는 교육활동 나누기, 아이들에게 길러주고 싶은 힘, 교육과정 재구성사례, 해보고싶은 교육활동,

어떤 교사로 살고 싶은가... 등

 

<액션 러닝>

이 말은 처음 듣지만 내용은 '집단 상담'의 처음과 유사하다.

자신의 또는 공동의 과제를 코치와 함께 해결하기 위해

지식습득, 질문, 피드백 및 성찰을 통해 과제해결과정을 학습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아이스 브레이킹'은 썰렁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차마시기, 인사하기, 자신의 장단점, 명함주고받기, 이름으로 삼행시, 자기소개 등

'명목집단 기법'은 분위기 어색, 짧은 시간 활동, 몇명이 전체의견 주도, 양적으로 많은 의견 필요, 상반된 의견이나 분분할 때 <포스트 잇>에 적어서 수합하기 등

'5WHY' 방법은 선정된 문제에 대하여 5번 왜... 왜 그런가, 이정도로 괜찮은가, 빠진 것은, 당연한가, 더 좋은 방법은?

'로직 트리'는 스티커 투표 등으로 현재 상황 공유, 문제의 원인 찾기, 원인 투표 등

'포트폴리오' 산출물 정리

'질문, 환류' 무엇을 하는가, 유사, 다른점은 무엇인가, 이 결과의 이유는 무엇인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까, 유사한 상황에 활용은, 최선의 방법은?

 

어빙 고프먼은 '네 곳'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했다고 한다.

담이 높고, 들어가면 예정기간 못 나온다.

철저한 시간표, 언어 아닌 타종에 움직인다.

유니폼.

감시자, 피감시자 공간 분리.

피감시자들은 번호를 가진다.

 

이 네 곳은... <학교, 감옥, 군대, 정신병원>이란다.

학교가 이런 곳이라는 일이 슬프다.

 

수업을 서로 나눈 뒤 참관록을 작성하기보다 <포스트 잇>으로 처리한 223쪽 그림도 새롭다.

나도 연간 1회 실시하는 교사 평가에서나 아이들의 서술형 응답을 받지 말고, 매시간 할 말은 칠판에 적어 붙이라면 좋겠다.

 

사람은 먼저 자신이 가야할 길로 자신을 인도해야 한다.

그 다음 다른 사람을 가르쳐야 한다.(부처)

 

그래서 고민하지 않는 교사는 '월급쟁이'일 따름이다.

자신이 간 길을 가르쳐야 가르침이 되는 일은 당연한 일.

 

교사가 된다는 것의 올바른 의미는 학습자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교사가 아니라, 동료 학생일 뿐이다.(키에르케고르)

 

교사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한 날도 많다.

아이들이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밝은 얼굴로 선생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공치사를 하면,

잠시 행복할 때도 있다.

 

이제 이 학교에 1년 더 근무하고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내년에는 어떤 자리에서 어떤 교사로 살 것인지,

학년말에 고민하기 좋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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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4-12-09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 계신지 알겠군요. ㅎㅎ
늘 고민하시는 글샘님 보고 또 반성을.... 요즘은 제가 그 행정교사가 되가는건 아닌가 싶습니다.

글샘 2014-12-10 09:49   좋아요 0 | URL
ㅋㅋ 그렇죠. 그런 이상한 학교는 잘 없으니~
암튼 학교에 있으면, 교육 외적인 일로 너무 시달리죠.
정작 `교육활동`은 어디로 가고 말입니다.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