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투자가 - 하버드 입학사정위원이 전하는 7단계 교육 투자 혁명
조우석.김민기 지음 / 민음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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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의 시 중에 '사랑법'이란 시가 있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전의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 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엄마'가 가져야할 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간혹 학년 부장이라도 맡아 엄마들 앞에서 부탁을 할 때면, 늘 이 시를 들먹인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아이들을 기름'에 목적이 있지 않다.

오로지 상위 학교를 가기 위한 '경쟁'의 결과에만 몰입하다 보면,

중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한글을 제대로 해독하지 못하는 아이도 생기게 되고,

내내 잠만 자다가 대학을 가는 학생도 생기게 된다.

 

엄마들은 오로지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할 따름이지,

'좀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니 옆에 앉아있는 그애보다 더~'

교실 이데아가 울려퍼진 지 20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한뼘도 나아지지 않았다.

 

부모는 멀리 보라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한다.
부모는 함께 가라하고, 학부모는 앞서 가라한다.
부모는 꿈을 꾸라하고, 학부모는 꿈꿀시간을 주지 않는다.

이런 비아냥이 있을 정도로, 부모답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 것이 한국의 현실인데,

사실 그것은 그 '학부모'의 철학의 부재 문제보다는,

사회가 아무 것도 담보해주지 않는 국가 존재의 이유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문제는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태어나서 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눈앞에 있음에랴,

부모는 어떤 교육이든, 이미 하고 있는 셈이다.

 

자기 자식을 채찍질하려는 학부모들은 이 책을 읽지 말기 바란다.

아이를 더 망칠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교육 철학을 강화할 수는 없지 싶다.

교육 철학이 이미 어느 정도 자리잡힌 부모라야, 이 책을 읽고,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그래 부모라면, 자식이 잘되기를 '눈뜨고 볼 것'을 이야기하고 있군."같이 반응할 것이다.

 

자식의 강점을 알고,

자식에게 최고를 강요하지 않고,

교육 투자 목표를 가지고 있고,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칭찬과 격려로 아이의 무의식에 평생의 종잣돈(시드 머니)를 심어 주고,

불안해하지 말고 자신만의 교육원칙을 고수하고,

당장의 점수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중시하라~!

 

이런 말이 이 글들의 핵심 요약이다.

'이웃집 아줌마'가 교육개혁의 주적이란 농담이 있을 정도로

불안해하는 부모들에게

과연 이런 느긋한 충고가 도움이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나는 교사로서 부모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충고를 거의 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뭘 알아야 충고를 하지? 하는 심사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술자리에서 학부모가 담임 교사에게

"우리 아이가 공부를 안하는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하고 묻는데,

선생님의 우문현답을 듣고 가가대소를 하며 다들 공감하였다.

"아이가 공부를 안 하는데, 어떡하는 게 좋을지 가르쳐 드릴까요?" 하고 반문하자,

그 어머니는 정말 애가 달아서 의자를 당겨 앉으며 귀를 쫑긋했다.

선생님 왈, "그렇다면, 엄마가 돈을 많이 벌어 놓으세요."

 

물론 반농반진담인 말이었지만,

그래. 자식의 미래가 걱정된다면, 부모가 돈을 벌어 놓을 일이고,

아이들의 공부에는 배놔라 감놔라 해봤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일이다.

 

미래사회에는 '창조력, 창의력, 상상력, 통찰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은 식상할 정도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그런 힘을 기를 수도 없다.

그럴 필요도 없는 노릇이다.

 

사회가 비정상적으로 비뚤어진 상태에서는

부모나 아들이나 비뚤어진 일상에 고통받게 마련이다.

 

교육 투자를 위해서는, 부모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작게나마 참여할 수 있는 정치 행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것이 진짜 투자일 것이다.

 

한 우물만 파도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지만,

어떤 우물은 한 우물 파기에도 일생이 짧다.

 

한자로 '투자'란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음을 의미한단다.

이 책에서는 통할 투 透, 아들 자 子를 이야기한다.

언어유희지만, 아들과 두고두고 통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엄마로서 제일 필요한 투자가 아닐까 싶다.

 

엄마의 인생은 하나의 독립된 인생이다.

자식을 위해 엄마가 종속된 투자가로 살아가서는 안 된다.

서로 독립된 인생들끼리,

좋은 사랑을 주고 받는

'소통'의 애증관계가 두고두고 필요한 투자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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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8-27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아이가 퇴근무렵 조심스럽게 전화해서는 "오늘 아이돌 무료 공연한다는데 가도 되냐" 고 묻더라구요.
질문의 요지는 학원 빼고 공연가고 싶다는 거였죠.
전 쿨하게 "가렴" 했답니다.
공연 보고 오더니 시키지도 않았는데 과학 인강을 듣더라구요^^
저 잘했죠? ㅎㅎ

글샘 2014-08-27 16:32   좋아요 0 | URL
네, 잘 했습니다. ㅋㅋ
애들도 하기 싫은 날이 있죠.
독립된 사람으로 키우기... 참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 일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