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공선옥 지음 / 당대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납량 특집!!!

귀곡 산장이나 여고 괴담, 전설의 고향보다 훨씬 이 책의 제목이 무서워 보여서...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이 무서웠고, 그리고, 정말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때, 그래서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가 너무도 많은 우리에게 날씬한 신명조체도 아니고, 견고한 헤드라인체도 아닌 세로쓰기 필기체로 굵게 박힌 이 책을 그래서 몇 번이고 외면하고 읽지 못했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큰 맘을 먹고, 어차피 지나치지 못할 것... 맞닥뜨려 보자는 심사로 빌려온 책.

이 책은 이십 년 전 대자보와도 같고, 삐라와 같고, 벽신문과 같고, 지하 조직에서 등사한 잉크 냄새 물씬 풍기는 인쇄물과 같은 섬?함을 던진다.

가로쓰기 신문의 사회면에는 사는 것 같지 않게 사는 <인종>들이 팍팍한 삶을 <사는 것 같지 않게 살다가> 궤도를 이탈하는 이야기가 숱하게 나온다. 무슨 무슨 날이 아니고는 미담이라곤 사회면에 있을 수 없다. 신문의 존재 이유가 마치 <견고딕체로 시민들에게 충격을, 신문명조체로 시민들에게 소름을> 끼치려는 납량 시리즈인 양 연일 계속되는 사건 사고는 우리를 무디게 만들기만 한다.

누가 누구를 죽이고, 스스로 죽고, 가족이 해체되고, 홀로 살아가고, 버리고, 버림받는 이야기들... 정말 사는 것 같지 않은 이야기들을 모아서 신문은 <사회>면이라고 한다.

사회란? 인간들이 모여서 무슨 일인가를 꾸미며 살아가는 곳일진대, 왜 <사회면>에는 이런 골치아픈 일들만 가득 모여 있는 것이란 말인가.

공선옥이 세상을 보고 날카로운 비평을 들이댄다. 이렇게 학교가, 가정이, 직장이, 사회가 <사람>의 <삶>을 팽개쳐도 되는 거냐고... 사랑은 어디로 가고 <러브>만 튀어다니고, 그나마 희망이 숨쉬던 가난은 어디 가고 대책없는 <빈곤>만 허우적대는 세상이 되어 버렸느냐고...

 우리 사회의 무심함은 또 하나의 폭력임을작가는 시종 일깨운다. 이 책을 읽으며 고민한다. 내 나이 마흔. 100살까지 살게 된다는 두려운 미래에 남은 60년을 어떻게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무심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 살아낼 것인지를...

깊게 깊게 고민하게 만드는 좋은 책.

대자보처럼 쿵! 하는 울림이 되어 마음에 남는 책.

공선옥의 여느 따스한 글들보다 아름다운 글들이 모여 있어 좋은 책.

그래서 소설가들이 잡문을 써서 <밥벌이의 지겨움>을 이겨내려면 이 정도 쓰라고 하고 싶은 책.

이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고 바라게 하는 책.

 

그러나, 그러나 끝끝내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두려워서 외면할 것만 같은...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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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5-07-10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Thanks to 글샘샘~

글샘 2005-07-11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읽어 보세요. 우리 폐부를 콕콕 찌르는 메스와도 같은 글들이고, 우리를 잠들지 못하게 하는 레몬같은 글들이 가득하답니다. 레몬은 우리 정신을 응집시켜 탱탱하게 하니까요.

혜덕화 2005-07-11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님의 글은 너무 생생하고 처절해서 외면하게 되더군요. 이번 여름에 기회가 된다면 읽고 싶은데, 마음이 너무 불교쪽으로 빠져있어서 소설에 손이 갈지 모르겠어요. *^^*

글샘 2005-07-11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 자료는 잘 받았습니다. 언제 시간 나면 읽으려고 인쇄해 두었어요. 이 책은 소설이 아닌 칼럼이라서 시간나는대로 읽을 수 있는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