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 개정판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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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 읽고난 지금도...

이 책의 제목은 뭘 함축한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간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김형경은 불편하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유익하고 심리 분석에 유용하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에 어린 시절의 기억 내지 추억을 안고 어른의 삶을 산다.

제 삶을 어떻게도 통제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

그 시절의 환경은 모질게도 기억에 남아 있다.

 

방어 기제라는 말도 있고, 트라우마라는 말도 있다.

노이로제라는 말도 있고, 좀더 진행된 정신질환이라는 말도 있다.

 

어린 시절과 관련된 상처를 되씹어 볼 수 있는 소설이다.

그것이 치료의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고, 긁어 부스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독 안된 손톱으로 긁으면 부스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상처는 긁어내서 염증을 제거해야 비로소 새살이 건강하게 생성될 수도 있으리라.

 

한국의 여러 민요 아리랑 중 가장 토속적이고 버전이 많은 정선 아라리를 녹여 넣은 부분은 멋지다.

그리고 상상과 상징 속의 정선 아라리의 절절한 사연과,

실제 아우라지 강가의 뙤약볕 내리쬐는 멋대가리 없는 풍경을 맛본 사람이라면,

현실과 진실의 사이가 얼마나 막막한 간격을 가진 것인지를 깨달으리라.

 

이 소설 속 삶의 양식 내지는 삶을 대하는 태도는,

한 개인의 것, 또는 소설가의 상상 속의 자세일 수는 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일반화'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모든 사랑은 첫사랑.

 

이런 농담 반, 역설 반인 표현이 있듯이,

모든 순간의 사랑은 어떤 의미에서는 외설이고, 어떤 심정에서는 예술이다.

외설을 넘보지 않는 사랑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렇지만, 외설만이 목적인 매춘을 사랑이라 부를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삽짝을 흔들면 나온다던 사람, 울타릴 부셔도 왜 아니 나와...(54)

 

정선 아라리의 이 대목이 난 가장 애린다.

삽짝을 흔들면,

신호를 보내면 나오겠다고 철석같이 약속을 했건만,

울타리가 부셔질 정도로 오래 흔들어도, 그는 나오지 않는다.

그 또는 그녀는 아무래도 나올 사정이 아닌것 같다.

부모가 허락하지 않는 연인이거나, 아니면 혼외의 애인이거나 그런 사정이겠지만,

기다림의 애절함을 어쩜 저렇게 표현할 수 있나 모르겠다.

 

허섭하기 그지없는 주저리주저리의 정선 아라리에 담긴 저런 능청스러움들이 난 참 사랑스럽다.

 

일상은 자주 허위과장 광고인 듯 했고,

우리네 삶은 통째로 농담에 가까운 것이 틀림없었다.(62)

 

인혜가 어떤 남자를 만나 데이트를 하면서 하는 생각이다.

그렇게 높은 곳에서 '조감'하듯 삶을 바라봐선 연애가 잘 안 되는 법이다.

연애는 뭐가 뭔지 모르지만, 심장에 아릿한 전기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선지 인혜의 애인과 나누는 정사는 무척 힘든다.

 

저는 애착이 없어요.

물질에 대해서도, 사람에 대해서도,

집착이 얼마나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가를 알기 때문에...(93)

 

정신과엘 찾아간 세진은 상담을 통해서 자신의 삶에 자신이 비어있음을 발견한다.

아버지의 과도한 사랑에 기뻐하지 못하던 경험.

그래. 어린 시절의 과도한 기대는 사랑을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다.

 

"크라잉 포 헬프를 하지 않는 영혼.

처음에는 그걸 할 대상이 없었겠고,

다음에는 버릇이 되어 그런 말을 입밖에 내지 못했고..."(109)

"둑가지 차서 찰랑거리는데 저렇게 버티고 있으니..."(112)

 

차면 비워야 한다. 그런데 지혜롭게 비울 줄 모르는 어린 시절이 상처가 되면,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임을 모르는 자들과 사는 이발사는,

대숲이 없었다면 속이 터져 죽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인간에게는 대숲이 필요한 법이다.

대숲을 만드는 지혜가 인생을 살린다.

 

어린 시절부터 '애 늙은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이런 축에 속할게다.

 

"맞아요. 제게는 나를 먼저 챙기는 감각이 없는 것 같아요."

"없는 게 아니라 발달되지 않은 거죠. 싹부터 잘라버렸으니까."(115)

 

이런 사람들에게는 과도한 슈퍼에고가 지배하고 있을지 모른다.

일상적으로 리비도의 에너지를 억눌러왔던 것이 습관화된 것이니.

공부는 잘 했을 수도 있고, 시험도 잘 보고 사회적으로 괜찮은 지위를 획득하는 데는 유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부정적인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흥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할 게다.

 

텔레비전 드라마는 정확하게 우리 사회의 평균적 가치관을 반영한다는 게 인혜의 생각이었다.(179)

 

그렇다. 세번 결혼하는 여자... 가 등장한 요즘의 재혼 풍속도도 그렇고,

옥탑방 고양이, 과속 스캔들...이 등장한 이후, 동거나 혼전 순결 내지 속도 위반은 더이상 감추고 쉬쉬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물론 드라마 속 설정은 늘 과장되어 있지만,

그 가치관이 급격히 변화하는 것은 틀림이 없다.

 

"비판의식과 사기꾼을 잘 알아맞히는 능력,

그걸 직관과 통찰력이라 생각했는데..."

'가슴에 쌓인 게 많은 사람', '방어 의식'이 하나의 뿌리일 거라는 점...(197)

 

애늙은이로 자란 사람들이 통찰력이 있다.

그건 당연하다. 남의 눈치를 본 것일수도 있고,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길러진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산 사람들을 점집에서는 쌓인 게 많다고 표현할 수 있고,

프로이트식 심리학에서는 방어 의식이 발달했다 볼 수도 있다는 거다.

 

김형경의 장점은 이런 것이다.

한 편의 책을 읽으면 좀체 통합해서 볼 수가 없는 것들을,

이리저리 얽어 엮으면서 어느 순간 꽉 조여지는 퍼즐을 맞춰넣는 희열을 맛보게 하는 것.

물론, 그 희열의 실체는 금세 아무 것도 아닌 게 될지라도...

 

"사람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대하는데..."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많은 사람이니까..."

"아무 것도 아닌 말에 너무 많이 상처받았어요..."

"그게 콤플렉스예요. 아무 것도 아닌 말에 상처받는 거. 옷이 얇아 춥겠구나... 그러면

생각이 자라나죠. 가난해서 옷이 없다... 그렇게 상처가 되는..."(199)

 

심리학을 배우면서 '저거 나다' 라고 하는 사람은 콤플렉스가 많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전쟁과 가난, 온갖 사고와 재난이 종합선물세트로 주어진 현대 한국사를 생각할 때,

한국에서 콤플렉스 없는 사람이 누구 하나 있을 것인가 생각하면,

융처럼 그것을 개인적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전체의 문제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제 무의식 속에는

엄마의 자기중심성과 모성 부족에 대한 분노가 있었던 건가요?(214)

 

모성은 돌봄이고, 베풂이다.

가난한 사회에서 엄마가 있다고 해도 모성 부족을 느끼는 것은 흔한 일일지 모른다.

가난하면서도 부조리한 사회는 그래서 본인도 모르게 분노를 한켠에 심고 기르는 일인지도...

 

"이렇게 해서 상처가 치유되나요?"

'아니죠. 그것으로 인해 고통받지 않을 만큼만 위험 수위를 낮추어 보자는 거죠.

인간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5%. 근데 5%만 달라져도 살기가 한결 수월하죠."(231)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나무에서도 상처는 옹이로 남는다.

다만 상처를 이겨낸 자국만이 훈장처럼 기억된다.

사람은 달라지기 힘들다. 그래서 좋은 친구나 가족이 곁에 있어야 한다.

 

무언가 아이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랑을 받았구나(242)

 

한국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은 대부분 '아이가 원하지 않는 방식'이다.

아이들의 삶의 자양분이 되어주면 그뿐이어야 하는데,

마치 아이가 공부를 잘 하고, 진학을 잘 하는 것이 삶의 '목표'인듯 구는 어른들이 많다.

다 상처를 주는 일이다.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

그것을 이겨내는 훈장을 단 아이들은 그나마 추억으로 돌리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어른들이 많이 반성해야한다.

 

"누가 감히 나를"이 아니고 "누가 나 같은 걸"...(하, 26)

 

자기 존중감이 이렇게 약한 사람도 세상에 많다.

공부를 잘하고 머리가 좋고 외모도 빠지지 않는 아이들 중에도,

이런 콤플렉스를 가진 아이들이 뜻밖에 많다.

그러니 공부에서, 머리에서, 외모에서 빠지는 아이들은... 어쩌랴...

 

스콧 펙의 '거짓의 사람들'에서 귀신들림의 원인을 외로움이라고 진단했을 때,

면담자는 거기에 적개심 한 가지를 더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그 모든 말들의 해답이 지금 내 눈앞에 환하게 펼쳐져 있는 셈이었다.(59)

 

외로움이든 적개심이든,

감정으로 치면 '슬픔'에서 아주 강한 자극인 감정들이다.

이런 부정적 감정들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 '한'이 된다.

귀신들림이든, 정신병이든,

한이 되도록 오래 억누르면 안 된다.

 

무당이 푸닥거리를 하듯,

그 한을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강도로 풀어주는 일,

해원굿은 그만큼 중요하다.

누구나 상처를 받고, 외로움을 겪고, 적개심을 느끼지만,

적절하게 풀어지면 한으로 남진 않을 것이다.

 

인간이 얼마나 중층 구조를 가진,

얼마나 왜곡된 곡면들로 이루어진 존재인데

저런 책으로 이해한단 말인가.(198)

 

이 소설의 한계를 스스로 잘 깨닫고 있다.

아무리 많은 심리학 서적을 참고하여 읊더라도,

인간 심리의 모든 '기울기'를 순간포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엄마는 사랑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어요.

엄마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간섭과 지배,

잘못에 대한 지적, 엄격한 도덕의 강요, 그런 식이었어요.

엄마는 그것을 엄격한 교육이라 생각하며 평생 그런 태도를 견지해 왔어요.(256)

 

프로이트가 지적한 '빅토리아 시대의 부모'라는 말처럼,

도덕적으로 엄격하고

규범에 완고한 부모가

자식에게 상처와 모욕감을 남기게 된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내 마음 속에도 상처의 흔적들이 가득했다.

뉴스를 보면,

한눈에 그 상황이 파악이 되는 현실 인식의 시각은 거의 트라우마와 같은 것으로 남았다.

이건 속임수야. 이건 거짓말이야. 이건 눈가림이야.

이런 것이 바로 보인다.

병이다.

 

병맛이란 말이 있다.

'병(신 같은) 맛'이라는 뜻에서 나왔다는데,

'재수없다, 형편없다'는 뜻으로 쓴다.

 

요즘 세상, 참 병맛이다.

이런 소설을 읽으면서,

나를 돌아 보았다.

 

아이들 중간고사 감독을 하면서 마음 속으로 '응무소주 이생기심'을 곱씹었다.

마음이 자꾸 분노의 게이지를 치솟게 만들 때,

나는 응당, 무언가에 집착하는 바가 없이, 내 마음이 어디서 생기나를 관찰하여야겠다.

가족력으로 혈압도 높은데,

병맛인 세상에 혈압이 오르면, 나만 손해다.

 

분노할 일은 쌓이고 쌓였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할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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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5-02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은 자주 허위과장 광고인 듯 했고, 우리네 삶은 통째로 농담에 가까운 것이 틀림없었다.(62) - 제가 자주 가지는 느낌입니다. 진실은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고 잔인하다. 세월호를 보더라도. 남탓일이 아닐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제가 속한 업계나 제 자신도.

평소 주신 평균 별점보다 낮은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