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 속 같은 세상 - 김학철 산문집
김학철 지음 / 창비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북한이나 연변 동포들의 모습을 보면 순박해 보이기도 하고 촌스럽게도 보인다.

격정시대의 작가 김학철의 수필집을 만나 읽게 되었다.

우선 연변의 말은 우리 말과 거의 같지만 수십 년의 괴리감이 언어에서 드러난다. 장점을 우점으로 쓴다든지, 몇몇 동사들은 재미난 표현이라고까지 생각하며 읽었다.

일제 시대에 감옥에서 3년, 중국의 문화대혁명기에 10년을 중국 감옥에서 보낸 김학철.

그의 글을 읽는 일은 그래서 <장기수>의 편지를 읽는 듯한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아직도 체 게바라의 뜨거운 가슴을 논하는 이분이 보시기에 세상은 우렁이 속처럼 비비 꼬이기만 했고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아큐의 형상을 하고, 자기 머리가 대머리라면 싫어서 신경질을 내는 아큐와 같이, 자기 패거리에게는 팔이 안으로 굽고, 자기를 조금만 비판하면 짜증을 내는 현대 사회를 비판하는 시각은 꼭 중국의 조선족들에게 해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리라.

중국도 죽의 장막을 걷고 퇴폐적 자본주의 물결이 물밀듯이 밀려들고 있다는데, 이렇게 순수한 시각으로 글을 쓰고 세상을 사는 이도 있다는 것을 보면 아직 우리보담은 깨끗한 사회일지도 모르겠다는 착각도 한다.

그이의 글은 참 깔끔하면서도 솔직하고, 멀끔하기보다는 오히려 꾀죄죄하여 못나보이기도 한다. 잘난 체는 원래 김학철 선생의 글에서 거리가 먼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기름기 싹 걷힌 담백한 글을 읽었다.

장마로 집안이 구석구석 꿉꿉해도 마치 에어컨을 켠 듯 상큼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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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5-06-28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을 보고난 후 몇달 있다가 김학철 선생이 돌아가셨습니다.대나무 같은 글들의 감흥 후에 부고를 들어서 더욱 안타까왔던 기억이 납니다.

글샘 2005-06-28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나무 같은 글들... 그렇네요. 신선하면서도 솔직 담백한 글이고 정신이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