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숙녀
나카조노 미호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있었는지도 모르는 <요조숙녀>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김희선이 주연을 했다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어울릴 듯 하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다. 일본 후지 TV에서 2000년에 방영한 <야마토 나데시코>를 번안했다고 볼 수 있다.

야마토 나데시코에서 나데시코는 패랭이꽃이란 뜻인데 일본 고대국가 이름이자 일본 정신을 상징하는 아먀토와 함께 쓰여 전통적인 일본의 모범 여성상(순종적이고 다소곳한) 을 뜻한다고 한다.

드라마 대본을 소설로 만들 것이 이 책 <요조숙녀>인 것이다.

MIT에서 수학을 연구하다가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병석에 눕자 학업을 포기하고 귀국하여 가업인 생선가게를 운영는 남자 주인공과, 미팅을 통하여 돈 많은 남자를 잡아보려는 스튜어디스 사쿠라코(이 이름은 들어본 듯도 하다) 사이의 이야기인데, 사쿠라코의 싸가지 없는 품행과 언사는 자못 흥미진진하기까지 하지만, 수학자로서 가업을 이어받는다는 이야기는 뭔가 일본스러운 분위기다..

이 소설은 수학 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수학자이면서 생선가게를 운영하지만, 주변인들은 현대 사회에 적합한 직업들에 잘 적응해 있다. 결국 주인공은 다시 수학을 시작한다.

이미 필드상을 세 번씩이나 거머쥔 역사를 가진 일본으로서, 수학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는 것도 나름대로 흥미있는 제재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천문학자>인 남자 주인공이 등장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 천문학이란 과연 무엇인지... 반성해 볼 일이다.

전 대통령이 로비해서 샀다는 풍문이 많은 노벨 평화상 말고, 우리도 학문에서 노벨상을 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 전 부산시 교육감이 우리 아들네 학교에서 강연을 했다는데, 이런 말을 했단다. 아인슈타인이 우리나라에 태어났다면, 에디슨이 그랬다면, 결코 위인이 될 수 없었을 거라고...

우리 나라 풍토에서, 일본의 정석을 고대로 베껴서 수십년간 팔아먹는 작자가 필드상 수상자를 지원하겠다는 황당한 발언이 판치는 우리 나라에서... 천문학자는 꿈을 꾸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무능력한 실업자에 가깝다고 볼 수있다.

68명에게 케익을 나누어 주려고 17각형을 작도한다든지 하는 장면도 상당히 수학적이다. 그러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들고 있다. 이에 비해 사쿠라코는 현대의 일본이 지향하는 물신숭배의 사회의 악마적 세태, 영혼을 팔아버린 미녀의 삶에 대해 시니컬한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오랜만의 연휴에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어 빌린 소설 치고, 꽤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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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6-25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케이블 TV에서 간간이 보는데, 꽤 재밌어요. "내 사랑 사쿠라코"라는 제목으로 방영되던데, 그게 바로 드라마 "요조숙녀"의 원작이었군요. 한국에서 번안한 드라마는 재미없었는데. -.-

글샘 2005-06-27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소설로 봐도 재미있더라고요. 특징적인 연기가 돋보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