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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공부 - 청화스님 말씀
청화스님 지음 / 시공사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청화 스님의 법회 말씀을 정리한 책이다. 청화 스님은 별로 들어본 적 없는 스님이지만(불교 신자가 아닌 나로서는 법정 스님, 성철 스님 정도밖에 모르지만), 앞의 사진으로만 뵈어도 꼬장꼬장하기가 대꼬챙이 저리가라할 정도일 듯 하다.
말씀 또한 날카롭다. 편안하고 너그럽게 전개되는가 하면 어느새 죽비 소리 가득한 참선방을 떠올리게 한다.
요 며칠 학급 아이들 문제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는데, 스님의 말씀을 읽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내 마음이 문제였던 것이다. 아이들이 저지른 일은 살인도 아니고, 돌이킬 수 없는 흉포한 죄도 아닌데, 내가 그저 담임인 내가 귀찮다는 이유로 괴롭게 생각하고 아이들을 미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거리는 나를 발견하게 하는 이런 책은 제목 그대로 <행복한 공부>라 아니할 수 없다. 내가 왜 화를 내고 있었나를 곰곰 생각해 보면, 어리석게도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 계속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일이 일어났다고 <성냄>의 <무명>에서 허우적거리는...
갖고 싶은 것은 가질 수 없고, 싫어하는 것은 자꾸 생기는 것이 인생사 아니던가. 그래서 미워하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도 지어 가지지 말라고 하였거늘... 그 무명의 어리석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우친다.
하이데거의 말과 같이 철학은 <결단의 가르침>이라고 했다. 무명의 늪에 빠져 있으면 마음만 괴로울 따름이다. 나쁜 습관의 덫에 걸려 담배를 끊지 못하던 때도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피우지 않았다. 결단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지만, 또 가장 쉬운 것이 끊어 버리는 것이다.
<나>가 있고, <남>이 있어서 내가 소중하고, <깨우친자>와 <중생>이 있어 깨우친자가 중생을 가르친다는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함이 금강경의 깨달음이었다. 나도 없고 남도 없다. 제법 공상이고, 색즉시공이며, 일체유심조인 것을 깨닫도록 이 책은 나를 이끌어준다.
지금의 <나>와 <남>의 관계. 이것은 이미 지어진 것이며 벗어날 수 없으므로 그 속에서 차근차근 매듭을 푸는 것이 삶일 것이다. 벗어나려 애쓰면 애쓸수록 더욱 옭죄어 오는 매듭과도 같은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