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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담 醫對談 - 교양인을 위한 의학과 의료현실 이야기
황상익.강신익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최근 갑상선암 환자가 급증하자, 그 원인을 과잉된 건강검진에서 찾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요즘 운전하고 다니다 보면, 시내 한복판이든 교외든 '요양병원, 요양원' 간판을 참 자주도 만난다.
의사들의 파업이 계속 예고된다. 의료 민영화가 이슬이 속옷적시듯 생활을 잠식한다.
이 책은 의료라는 행위를 둘러싼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에 대하여 대담을 나눈 것이다.
황상익 씨는 서울대 교수로, 의사학, 의료윤리를 전공한 사람이고,
강신익 씨는 의철학을 전공한 사람이란다.
내가 담당하는 '교사'에게 자격증을 주는 일이 참 우스운 것이듯,
의사 역시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우스운 일이다.
과연 의대에서 몇 가지 지식을 배우고 테스트하여 그 사람에게 생명을 맡기는 일이 합당한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자본의 사회에서 의료는 돈과 무관하지 않다.
어마어마한 '건강 보험'의 돈과,
어마어마한 '의료 시설'의 돈과,
환자가 내야할 돈, 의료인이 받는 돈... 온통 돈 속으로 어지러운 세상이 돈다.
한국의 의료가 선진적이라고도 하고, 후진적이라고도 한다.
국가의 개입이 너무 많다고도 하고, 적다고도 한다. 일견 옳은 점들이 있다.
더 개입해야 할 부분도 있고, 개입하기 힘든 부분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생명을 담보로 한, 건강을 담보로 한 의료 행위의 전문성에 대하여,
절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는 데 있다.
결국 의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인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적 사안'이 되기 쉽다.
더 인간적인 문화를 만들어 가려는 정치 체제에서는 갈등이 줄어들 것이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연연하는 정체 체제에서는 갈등이 더 불거질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답답했다.
그것은 한국 의료의 역사적, 사회, 문화적 배경을 읽는 일이 힘들어서라기보다는,
현실 정치의 후퇴는 곧장 의료 현실의 후퇴로 이어지고,
결국 손해는 천천히 환자의 속옷을 적셔올 것을 짐작하는 마음이어서일게다.
윤리라는 말은 쉽지 않다.
倫(인륜 륜) 자의 의미는 '무리'라는 뜻이다.
사람이 '무리'를 짓는 일, 거기서 나오는 이치를 윤리라고 하는 것이다.
결국, 윤리적이다...는 말의 의미는,
다수의 통념이 그렇게 생각하는, 또는
권력을 쥔 자들의 힘이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무리'의 '정치'가 비추는 그림자에 다름없다.
조선 시대, 여성에게 가했던 3종지도의 윤리...
남성 중심의 '무리'들이, 양반 중심의 '무리'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하여 금을 그었던 것처럼...
일단 건강을 잃으면,
제 삶의 주도권을 질병에, 병원에, 의사에게... 앗겨버리는 셈이다.
가장 좋은 의료는 예방이듯이,
그리고 예방을 위해서는 환경과 조건이 개선되어야 하듯이,
더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이런 담론들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