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안녕하십니까? - 흔들리는 부모들을 위한 교육학
현병호 지음 / 양철북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한국의 현대사는 어른들에게만 시련은 아니었다.

농부의 자식이 그저 농부로 살던 시절에 뼈저린 수탈의 기억으로 남은 상처는,

유례를 찾기 힘든 '교육열'로 부모를 치닫게 했다.

 

조선의 과거 공부나,

일제 강점기의 고시 공부나,

지금의 수능 공부나...

공통점은, 출세해서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경쟁 일변도의 시험 공부>일 따름이다.

 

이런 것은 '공교육'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

한번도 '공화'(함께 잘 살자)의 이념을 생각해본 일 없던 국가에서,

교육은 항상 '각개 전투'식 '사교육'이었다.

학교를 공교육 기관이라 부르는 건, 한국에서 어불성설이다.

 

자식의 성적을 위해 부모들이 촌지를 바치기도 했고,

자모회를 만들어 회식을 시켜 주기도 했다.

스승의 날이면 상품권을, 심한 경우 봉투에 수표를 넣어 보내기도 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언제나 안녕하지 못했다.

 

한때 제도권 교육에 염증을 느끼고 '대안 교육'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대안 교육은 또다른 '내 자식만' 생각하는 '사교육'에 지나지 않았다.

역사는 늘 문제되는 '개인'을 이야기하지만,

그 역사에 묻어지나가는 '나머지 숱한 개인들'도 같은 상흔을 입게 된다.

강의석이 종교의 자유를 내걸고 사학 재단과 싸웠지만, 그도 서울대 입학생으로 신문에 실린다.

그리고 이런 강의석들 역시 '안녕들 하지 못한' 시대를 함께 살아 간다.

 

공교육이라면, '저항과 연대'를 가르치고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만, 오로지 '선착순'의 줄세우기 경쟁과 '순응'에 너무도 익숙한 한국 교육 현실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문제집만 팔리는 도서 시장도 다 한국 사회가 만든 기형적 사고이며,

의대로 쏠리는 성공 신화도 IMF 외환 위기 사태 이후 겪는 공통의 트라우마의 결과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중학교 내신 상위 2% 안쪽의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다.

아이들은 열정적이고 똑똑하고 활발하지만, 경쟁의 틀 안에선 역시 줄을 서게 된다.

 

이 책을 읽고 태도가 바뀔 부모는 하나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아니, 이 책은 애초에 여러 가지 지면에 실린 잡문들이 모인 것이라

독자들에겐 불편한 이야기로만 가득하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아파할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현실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문제는, 언제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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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23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고 삶과 생각을 바꿀 부모와 교사와 아이들 나오도록
저마다 힘을 쏟을 노릇이라고 느껴요.
정치로는 바꿀 수 없기에 교육이 아름답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