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 철학 콘서트
홍승기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플라톤이 '철인정치'를 이야기하면서, '시인추방'을 동시에 주장한 이유는 뭘까?
철학은 '이데아'의 이상을 추구하지만, 시인은 '현실 세계'의 삶을 그것도 잔인한 용어로 읊조렸던 시기였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플라톤의 '시'는 요즘의 서정시가 아니라, '서사시'나 '비극'을 일컫는 것이다.
인생의 아이러니로 가득한 그리스 비극은 가르칠 만한 것이 아니란 생각이었을 게다.
왕조 국가엔 적어도 철학이 있다.
한국 지폐의 이황, 이이의 존재 가치는 조선 왕조의 철학 수립에 막대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의 철학은 조선의 철학을 이어받는다는... 애매한 상황인데,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도 50년이 없어져서 사라진 '국민학교'란 이름처럼,
민주공화국이 수립된 것이 60년이 넘었는데도, 봉건적 성리학자들의 면면이 지폐를 장식함은 통탄할 노릇이다.
지금 대통령의 정치 철학은? ㅋㅋ 그때맹키로 철학?
물론 서양의 자연철학과 그리스 철학, 근대의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철학사'의 핵심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동양의 철학 역시 '태극'과 '오행' 그리고 '팔괘'로 시작하는 주역으로부터 시작하여, 온갖 제자백가의 사상이 가득하다.
그 영향을 많이 받은 전통 철학 역시 불교 철학, 성리학, 그리고 근대의 개화기 운동 들이 그득하다.
예수믿고 천국가자~?
유일신이 모든 철학을 휩쓴다면 예수만 믿으면 되겠지만, 그럼 책도 성경만 두면 될 것이지만,
세상은 복잡다기함을 인정하는 쪽으로 진작부터 방향을 바꿨다.
이 책의 장점은,
한국사 속의 유명한 사람들을 콕 집어서,
그 사람들의 철학의 중요함을 보여주는 데 있다.
그리고 쉽게 대립항이 드러난다.
원효와 의상은,
대각국사 의천과 보조국사 지눌은 어떤 점에서 달랐는지,
과연 그들의 철학적 기반은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다.
그리고 어휘가 어렵지 않고 길이도 길지 않아서,
읽고 싶은 꼭지만 찾아 읽을 수도 있다.
현대사에서 가려진 동학의 최제우나 조소앙의 삼균주의 같은 것도 소개되어 의미가 크다.
허자라는 선비가 있었다.
그는 30년동안 은거하며 공부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세상의 모든 진리를 깨달았다.
그런데 세상에 나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알아듣지 못했고,
중국으로 가서 수많은 선비들을 만나 이야기했으나, 그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홍대용, 의산문답)
세상에 통하지 않는 공자의 후예들, 성리학의 이름으로 백성을 도륙한 이씨 왕조.
그 왕조의 헛됨을 '허자'라는 선비를 등장시켜 비판한다.
하늘에서 봐라,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람, 중화와 오랑캐가 똑같지 않은가.(328)
그래. 이 땅에도 이렇게 사람이 살고 있었다.
실학자 최한기는
일본이 조선의 개항을 압박하던 때, 외세를 믿고 방비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고 상소를 올렸다가
탄핵을 받고 유배를 갈 때 이렇게 말했다.
너는 말 때문에 죄를 받을 수 있으니 영광이라 할 만하다.
화와 복은 근심할 바가 못 된다.
말 한 마디 할 수 없는 백성의 처지는 더욱 비참하다.
그들의 처지와 비교하면 한 개인의 불운과 행운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425)
언론의 자유가 5공 정부때처럼 뚝 떨어졌다고 한다.
'백성의 처지는 정말 비참하다.'
개그콘서트에서조차 정치를 풍자할 수 없다.
개그맨을 고소하는 등,
그런 분위기를 조장한 미친놈이 텔레비전에 나와 웃기는 소리를 한다.
속이 뒤집어진다.
시대의 움직임이 뜻한 바와 다르면 학문을 갈고 닦을 일이다.
생각한 바와 어긋나는 사물을 만나면 학문을 고치고 바꿀 일이다.
근심과 즐거움에 요란을 떨고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운동과 변화가 차차 이루어짐에 유념하라.
그래야 때를 만나든 만나지 못하든 잃는 바가 없고,
평화로운 때든 어려운 때든 언제든 얻음이 있다.(425)
이 책의 작가는 철학 박사 출신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글이 난삽하지 않고 읽기 좋게 되어 있다.
원전도 같이 실어두고 있어 관심있는 고교생 정도라도 너끈히 읽을 수 있는 정도다.
깊이가 없다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깊어서 빠져죽을까 두려워 뛰어들지 못하느니보다는,
만만하게 즐길 수 있는 물이 좋은 물이렷다.
-----------------
323. 오륜... 바퀴 륜 輪으로 쓴 것은 오타다. 인륜 륜 倫으로 써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