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
류민해 지음, 임익종 그림 / 한권의책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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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저자는 알라딘에서 불량주부란 닉넴으로 글을 쓰던 이다.

서른 여섯.

전업 주부로서 그이는 악전고투 고뇌의 밤을 지샌다.

아이를 기르면서 우울증 시기를 겪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육아 스트레스는 이 단편적 핵가족 사회의 '뇌관'이다.

그 육아 스트레스를 부모가 감당하면 부모가 병이 들고,

부모가 내팽개치면 아이가 병이 든다.

 

박완서의 '나목'을 생각했다.

한국 전쟁 후 극도의 가난 속에서 '이경'은 예술가 '옥희도'의 삶에 끌리지만,

현실적인 전기공 '황태수'와 결혼한다.

옥희도 유작전에서 본 '나목'은 젊은 시절 봤던 '한발 속의 고목'이었는데,

그 고목 속에서 봄을 부르는 희망의 '나목'을 발견한다.

대조적으로 현실적 인물 남편은 삶을 착실하게 살아가지만, 이경의 갈증은

마치 공원의 '어린 나무들'처럼 그 간격을 좁힐 수 없는 삶으로 되돌려준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역시 그런 소설이다.

삶에서 현실과 갈등을 일으키는 마음을 어쩔 수 없다.

어떤 직장을 가지든, 자아를 실현할 수 없다면 날마다 삶에 무릎꿇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럴 때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세상에 대하여 소리쳐야 한다.

나이 들어 대학원을 다니거나, 공부 서클에 기웃거리기도 한다.

하다못해 주말마다 '산악회'에 가서 산을 오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가슴 떨리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세상에는 '색'으로 가득한데,

특히 '주부'는 현모양처란 이름으로 <계>안에 갇히라 한다.

현모양처에서 쏙 빠진 것은 <자아>다.

 

이 책은 현모양처의 <자아 찾기>를 도와주는 책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그 좌충우돌 분투의 현장이 재미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나의 욕망의 바닥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만히 들여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인정 욕구였다.

고미숙 선생은 인정 욕구는 필연적으로 불안과 연계된다고 한다.

인정 욕구는 심리적 브레이크 장치인데, 브레이크를 자주 당기다 보면 만사에 확신이 없게 된다고 했다.

불안을 없애야 심리적 브레이크가 풀리는데 불안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타인의 인정이라는 것.(253)

 

이론상 명쾌한 것들이라도,

김어준이나 법륜 스님, 강신주의 충고대로, 이혼해~! 이것이 답이 아님은 더 명확하다.

이혼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라는 뜻이다.

마음 속에 인정받지 못하고 사는 틀을 스스로 깰 수 있어야 한다는 충고고 조언이다.

 

각자의 결핍으로 사랑을 선택해서

그 사랑으로 서로가 행복하다면 그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112)

 

그러려면, 성숙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하고,

사랑한다고 해서 주변의 사람들을 슬프게 해서는 안 된다.

 

살기 참 팍팍하고, 힘들다.

그럴 때, 이렇게 온몸으로 정면으로 세상을 돌파하는 사람도 있음은... 우리에게 힘이 된다.

작가가 조금 더 공부가 깊어져서 책을 낸다면,

다른 '책팔이들'의 서평집보다 깊이있는 사색의 조합을 이룰 싹수가 보인다.

(그 싹을 높이 쳐서 별을 하나 깎았다. 다음에 가득 차기를 기대하며...)

 

불량주부 님의 건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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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11-25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 님의 관심이 우리의 관심을 환기시키네요.
이 책, 읽어 보려고 찜해 놓았는데... 구입할 때 한꺼번에 해야겠어요.
알라디너들의 책은 무조건 관심 가요. ㅋ

글샘 2013-11-27 10:42   좋아요 0 | URL
여기 서재 하시는 분 중에 작가도 꽤 되져.
맘에 드는 작가도 있고 별로인 작가도 있지 않겠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