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많이 컸죠
이정록 지음, 김대규 그림 / 창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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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인은 대단한 언어 관찰자다.

발음이 비슷하거나,

동음이의어 같은 것들을 스치면 자석처럼 철커덕 당겨다가는,

물체주머니 머릿속에 넣어두는 모양이다.

 

무표정 같은 어휘도 무-표정으로 나누어,

무~의 표정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가위도 하나 머릿속에 넣고 다닌다.

 

뿐만아니라,

자꾸만 꾸부러지는 할머니 허리와 낮아지는 키를 안쓰러워하면서 바라보는

다사로운 마음의 온기도 그 물체주머니엔 들어있다.

 

이 책은 어쩌면 어린이들에게 적합한 시집은 아닐지도 모른다.

여긴 '아이들의 생활'북보다는 어른의 관찰 시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예전 아이들의 생활을 어른의 상상력으로 복원시킨 느낌이 짙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부유해진 요즘 아이들은,

아파트에 살면서,

모래 놀이를 잊고 살고,

아이들끼리 카카오톡으로 페이스북으로 담벼락에 낙서하고 산다.

 

어른보다 바쁜 아이들은

노란 승합차를 타고,

의욕없는 음악학원 미술학원

시간때우는 태권도학원 보습학원을 뺑뺑이친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학원 한자학습지 구몬수학을 돌아버릴 지경으로 돌아다닌다.

 

동심도 바지랑대 끝에서

뽀로로한테로 옮겨왔다.

고추잠자리 잡아주면, 조심 가지고 놀다가, 꽁지 잘라내고 거기 지푸라기 끼워날리던 마음 잃은지 오래다.

동심은

대형 할인매장의 장난감 코너의 값비싼 장난감 세트나 레고 세트를

사달라고 해도 인정해주는,

생일날,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그리고 세뱃돈받는 설날에 있다.

 

추석은 세뱃돈도 안 주는데,

도대체 왜 있지?

 

이것이 동심의 위치다.

 

심한 경우는,

엄마는 맛있는 걸 줘서 좋고,

냉장고는 시원한 걸 줘서 좋고,

강아지는 귀여워 좋은데,

 

아빠는 왜 있지?

 

이런다는데...

 

이정록 시집을 어른이 읽으며 킬킬거리는 것도 재미있다.

 

구제역에서 기차놀이하듯 서서 죽는 짐승들을 바라보는 눈도 정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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