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의 왕
차이나 미에빌 지음, 이창식 옮김 / 들녘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병원이나 학교, 회사 등의 급식소, 화장실 등에는 위생, 청결의 시작은 '손씻기'에서부터라고 강조되어있다.

그럼, 정말 청결이 인간을 질병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을까?

물론 강한 염소가 녹아있는 수돗물로 손을 씻으면, 그것도 계면활성제가 듬뿍 든 비누나 손 세정제로 박박 문질러 씻으면,

손에 묻는 오염원만이 아니라, 피부와 지방질까지도 닦여 나가니, 병원균은 도망갈는지도 모르겠다만...

 

이런 것에 정색을 하고 도끼눈을 뜨고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이 있다.

차이나 미에빌.

그에게 청결이나 수돗물은 인간에게 불필요한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의 소설을 읽노라면,

시궁창 냄새는 친근하게 느껴지고,

시궁창의 쥐들은 친구들로 여겨지며, 거미같은 것들도 친숙한 느낌이 들게 된다.

 

인간이었던 주인공이 벽을 타고, 담을 넘고, 지붕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닌다.

그것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사이,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습득했던 <청결에 대한 고정 관념>에도 의문부호를 찍게 된다.

 

이 소설은 독특한 인물(쥐의 왕)과 살인 사건으로 독자를 흡인한다.

그리고 그 사건의 배후에는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설화가 녹아 있다.

판타지이면서,

인간의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이고,

음악에 대한 대위법적 해석이고,

살인 사건을 둘러싼 추리 소설이다.

 

쥐의 왕을 둘러싼 우화소설로서 독자에게 교훈을 주기도 하지만,

생생한 묘사로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전개가 다소 지루한 감도 있지만, 곳곳에 자리잡은 스릴은 인간 중심의 사고를 돌아보게 만든다.

 

언런던을 읽으면서 쓰레기더미와 시궁창이라는 배경이 비현실적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이 시초인 것을 생각해 본다면,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과 언런던도 엮어 읽을만 하겠다.

 

쥐들은 하루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아요.

그들은 아무리 오래된 쓰레기라도 먹어치우고

돌아다니며 벽에 대고 오줌이나 싸죠.

가끔 교미를 하고, 누가 어느 하수로에서 잠을 잘거냐는 일로 싸우기도 해요.

그들은 세상이 자기들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소. 하지만 별 볼일 없는 존재들이죠.(194)

 

쥐에 대한 묘사는 어쩌면 인간에 대한 비판의 일면을 담고 있다.

이기적이고 착오적인 인간 군상의 별 볼일 없는 삶에 대하여...

 

이것이 바로 윈드시티란 곡이었다.

황폐하고 삭막한 거대한 도시의 중심가, 외로움, 혼잡스러움, 그 위를 뒤덮고 있는 대기 오염,

이런 거리를 말끔히 휩쓸고 지나가는 플루트의 광풍.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의 감상적인 잔재들을 비웃으며 갈대처럼 쓰러뜨리고 지나가는 바람.

마침내 도시는 모든 쓰레기를 말끔히 씻고 홀로 쓸쓸히 남겨진다.

대로와 공원과 교외와 도시의 중심가는 바람에 의해 접수되고 수용되고 소유된다.(236)

 

이렇게 도시를 뒤덮는 플루트 소리라는 음악은,

세례이자 쓰나미다. 자연의 은총이자 복수다.

 

세계를 '환경'이라는 문제로 살피는 관점 역시,

인간의 편견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게 하는 작가. 신선하다.

물론, 냄새는 퀴퀴하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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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9-17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사람들이 지나치게 청결해서 오히려 병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다고 하죠.

뭐든 편견 없이 다양한 관점으로 본다는 게 어렵지요.

글샘 님, 잘 읽고 갑니다.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