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의 길 생명의 길
도법스님 / 도량 / 1999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을 쓴 도법 스님이란 분은 종교계에서 업무를 많이 맡아서 했나 보다. 불교 교단의 분쟁과 반성에 대한 글이 이 글에 수두룩 빽빽하게 실려 있다.

한국 불교계가 어떻게 썩어 왔고, 어떻게 썩어 가고 있는지 별무관심인 나로서는 제목을 보고 골랐다가  실망하게 된 책이다.

1부는 왕창 한국 불교계가 새로 나야할 모습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설렁설렁 읽기에도 싫증이 났다.

2부에서는 화엄경을 예를 들어가면서 저자의 할 말을 하고 있다. 내가 바란 것은 화엄경을 해설한 책이었지, 화엄경을 인용한 책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부분도 설렁설렁 읽다가 말았다.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에는 사회과학 서적, 특히 마르크시즘이 독서의 주류였다. 그런 마르크시즘 철학책에서 내가 가장 심하게 느낀 갈증은, 원전을 읽지 못한 사람이 변죽만 갉죽거리는 책들에서 느끼는 가려움이랄까, 뭐 그런 거였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신발 신고 발을 긁어 봤댔자 바로 거기를 긁지 못하는 느낌.

화엄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히 음미하면서 빠져들게 하기엔 저자의 사고가 너무 거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득 들고, 화엄경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게 했다.

이런 걸 보면, 경전을 주해하는 책이 왜 그렇게도 많아야 하는지...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꼭 같은 금강경이라도 숱한 사람들이 풀이한 이유는 해석이 달라서라기 보다는 독자의 심중을 확연히 알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들이 주해서를 만들게 하는 것 같다.

아무튼, 화엄경을 찬찬히 읽고 싶다. 이 대자연의 세계에서 인간으로 사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보살행의 삶을 가르쳐 주는 화엄세계의 장엄함을 느끼며 머리 조아릴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나고 싶다.

세상은 참 재미있다. 내가 이런 마음을 갖고 도서관엘 가면, 내일 아침에 정말 그런 책들이 반짝반짝 빛나며 얼굴을 내민다. 나 여기 있어요... 하면서. 그 만남을 생각하면 다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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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04-15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여기 있어요...하는 떨고 있는 책들...ㅎㅎㅎ저도 공감합니다...

글샘 2005-04-17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우연을 가장하고 나타났지만 결코 우연이 아닌 책들, 고맙게 생각하고 읽고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