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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맨 처음 사랑이 아니다
틱낫한 지음, 이아무개 (이현주)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뭔가 안 어울려도 한참을 안어울리는 조합이다.
그런데, 이게 하나로 어울려도 멋진 그림이 된다. 틱 낫한 스님의 사랑 이야기. 그 풋풋한 젊음의 내음이 잘 묻어 난다. 그러면서도 이아무개 목사님의 글도 멋지다.
글을 읽으면서 반가운 것은, 내가 읽었던 반야심경의 아는 구절들이 툭툭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금강경에서 읽었던 대목들도 나의 지적 허영심에 즐거움을 준다. 그러지 말라고 가르쳤거늘, 아는 게 나오면 즐겁다.
그리고 아직 안 읽은 화엄경과 법화경은 입맛을 돋우는 봄나물처럼 나를 슬슬 흥분시킨다. 불교 경전들이 그닥 재미난 글들은 아니련만, 십년 전에 읽었을 때는 무미한 절밥 내음이 매력적이지 않았지만, 불과 그 십년 동안에 입맛이 변해서 무미를 유일한 맛으로 느끼게 되었다.
지난 겨울, 틱 낫한 스님의 글들을 접하면서 불교에 대해서, 명상에 대해서, 그리고 나를 찾는 길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제 소설이나 다른 글들은 별로 맛이 없다.
사랑, 그 가장 세속적인 소재가 궁극적 차원의 인드라의 그물에 비친 모습은 첫사랑도 맨 처음 사랑 아님을 읽을 수 있게 한다. 어떤 것이 모양으로 분별되면 그 곳엔 속임수가 있다. 어떤 말이 <처음>이라고 분별된다면 반드시 거기엔 속임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첫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속설이 생긴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첫 사랑이란 있을 수 없으니깐. 첫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고, 믿고 싶은 것 뿐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