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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다상담 2 - 일, 정치, 쫄지마 편 ㅣ 강신주의 다상담 2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3년 7월
평점 :
언제부턴가... 나이가 들면서,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살았다.
소위 모범생이었던 나는, '윤리' 의식에 지나치게 집착했던 것 같다.
책을 열심히 읽었지만, 책 속에서 외치는 '자유'에 대해서
지식으로 자꾸 곱씹으려 했다.
강신주의 두번째 상담 이야기는 '자유'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그의 상담은 돌직구다.
불현듯 말도 안 되는 답을 던진다.
직장이 스트레슨데요... 고만둬!
결혼이 어쩌고~ 이혼해!
왜 삶이 이렇게 구차한지...
'무리 륜' 倫 자를 '인륜 륜'으로 외운다.
그것은 둥글게 사는 무리(侖, 둥글륜) 속에서 사람의 구실을 규정한 것이다.
결국 타인이 지옥인 셈.
과연 자신의 찌질한 점을 극복해 내면, 당당해질 수 있을까?
말로는 쉽다.
1권처럼, ㅋㅋ
그러면, 니는 그래 살 수 있나? 묻는다면, ㅋ~
강신주는 노~ 라고 말할 것이다.
속은 시원하다.
다만, 노~하는 훈련이 필요함을 강변하는 것만으로 현실이 해결되진 않는다는 건데,
삶의 답답함을 풀어내는 쾌도난마는 정답은 없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히 족하다.
안이건 밖이건 만나는 것은 무엇이든지 바로 죽여 버려라.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277)
임제 선사의 이 말이 주는 함의를 생각한다.
부처나 조사나 부모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바로 '무리'의 '도덕', '륜 倫'이다.
슈퍼 에고인 것이다.
대낮에 사람들 모인 광장에서 자위를 하면 안 되지...
이런 것.
나이가 마흔이 넘었는데, 집은 한 채 있어야지... 이런 것.
디오게네스처럼, 알렉산더, 너 하나도 안 부러워~
좀 비켜봐~ 그늘져~ 이런 것.
알렉산더가 비켜주면서 부러워했던 그 사내처럼...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일은 '착한 사람' 신드롬에 걸리게 하고,
결국 스스로 쪼그라들게 만든다.
불교의 오랜 가르침.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결국 무리의 윤리에 좌우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자신이 흔들흔들 건들건들 움켜쥐고 가라는 이야기다.
너무 잘 하려고 하니까, 맘이 무거운 것이다.
노~라고 하셔야 돼요.
노~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예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예스의 배경은 항상 '노'여야 해요.(237)
착한 사람은 속으로 욕하면서 '예스' 한다.
도덕적인 사람은 무자비한 칼날에 저항하면서 쓰러진다.
남은 자들은 죄의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착한 남은 자들은...
착한 사람으로 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훈련을 하라는 것이다.
이 말이 나쁜 사람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차카게 살자>는 수직 질서, 조폭 문화, 독재 시대의 유산이기 때문에,
우리는 착하게 살자는 <무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당당하게 '거짓말 하고', '기꺼이 욕을 먹고' 나면 쫄지 마~!의 강령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삶의 행복은 노동하는 시간보다 향유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커진다.'(57)
이 공식은 진리다.
노동이 향유일 때 삶의 행복은 완전한 것이고,
향유하는 시간을 최대화할 때 행복은 극대화되는 것이다.
놀 줄 알아야 한다.
일 잘 하는 사람... 으로 인정받는 나...는 결국 '무리'의 시선에 갇힌 허깨비였던 셈이다.
요즘 절실히 깨닫는다.
고미숙의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를 공부하면서,
내 사주를 보니.. 헐~
'수'의 기운인 내게 상생이 될 '금'은 하나도 없고,
'일 덩어리'인 '화'의 기운은 가득했다.
결국 스스로 '무리' 속에서 인정받고자 힘썼던 나를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꼭 해야할 일은 당연히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일은 한다.
그렇지만, 그 선을 잘 정해야 한다.
줄일 수 있는 일은 줄이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쉽게 한다.
그리고... 향유한다.
올해 이 학교에서 플루트를 배우고 있다.
4월에 산 플루트가 이제 초보 단계는 겨우 넘어가려 하고 있다.
플루트를 연주할 때, 잘 나지 않던 소리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행복하다.
플루트를 부는 시간은, 일하느라 소비하는 시간이 결코 아니다.
노는 것이다.
향유하는 것이다.
내 숨소리가 부딪치는 금속의 마찰이 그렇게 이쁜 소리를 내는 것이 참 즐겁다.
더 놀러 다니고,
더 음악을 많이 듣고,
더 플루트를 자주 불고 살아야 한다.
꼭 가야하는 자리나 꼭 해야하는 일도,
진짜 가야하고 해야하는지 돌아볼 일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