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한글로 세상을 바꾸다 - 소통과 어울림의 글자 한글 이야기, 제3회 창비 청소년 도서상 학습 기획 부문 수상작
김슬옹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슬옹 님의 이 책은 훈민정음에 대한 쉬운 학습서로 참 좋다.

 

초등학교 고학년~ 고등학생 정도가 학습서로 읽기에 좋고,

성인들도 훈민정음에 대한 지식을 얻기엔 이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많이 알면, ㅋ~ 다친다.

좀 복잡하게 들어가면 조선의 성리학 내지는 음양오행을 이해하려 들어야 하므로,

거기까지는 들어가기 힘들지만,

암튼,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 풀이와 예를 든 '해례' 같은 설명도 좋다.

 

훈민정음이 왜 뛰어난 글자인지를 설명하는 부분은,

성인이 읽어도 좋을 부분이다.

어떤 점이 뛰어난지를 이해하는 것은 훈민정음을 사랑하고 올바르게 쓰려는 지름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훈민정음이 지금 우리에게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것과,

창제 목적이 '애민 정신' 에만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잘못이라 생각한다.

 

세종의 정치적 입장(4대 임금으로서의 불안한 지위, 자기 자식들- 세자 문종, 세손 단종의 불안한 지위와 차남 수양대군의 위세)를 고려한다면, 훈민정음이 오로지 백성을 위하여 만든 글자라고,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일은,

이명박 대통령께서 '강물을 정화하기 위하여' 4대강 공사를 하신 것이라고 그대로 믿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우리가 훈민정음으로 문맹을 벗어나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의 '부작용'이다.

일제 강점기 이후 조선의 멸망이 한자 문화권에서 지식인의 활동을 훈민정음으로 옮겨오게 된 것이다.

만약 조선이 아직 이어진다면, 훈민정음을 사용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물론, 한자음을 통일하려는 목적도 있었고,

여러 가지 실용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삼강행실도>나 <두시언해> 같은 책을 집중 간행한 일이나,

<용비어천가>를 간행하여 신하들에게 배포한 것들로 미루어 보아, 그 창제 목적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훈민정음이 과학적이고 우수성이 공인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문자여서, 이전의 문자들의 장점을 흡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며,

구형 휴대폰에 적합한 문자였던 점 등을 홍보하는 일은 좀 안쓰럽다.

스마트폰 세대에서도 과연 영어보다 낫다고 할 것인지는 좀 그렇다.

 

구텐베르크의 <금속 활자>가 고려의 <금속 활자>에 비하여 200년 뒤떨어지지만 그것을 크게 치는 것은,

그 활자가 정말 '살아서' 정신의 해방을 이끌어 오는 '종교 혁명'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조선의 금속 활자는 '권력자의 의지'를 공고히하는 데 기여하였을 뿐이다.

 

훈민정음이 세계 최고의 문자가 되려면,

그 문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세계 최고의 문화를 누리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독재 국가에서 비루한 감방에서 '항소 이유서'를 쓰는 문자로,

'투쟁의 전선에서 선동적인 문자'로 쓰이는 문자가 가장 아름다울 수는 없는 법.

김구 선생이 제창한 '문화적인 국가'가 이뤄져야 그 문자 역시 아름다움을 더 널리 알리는 법이다.

 

결국 한글이란 훌륭한 문화유산을 이어받아서

가장 훌륭한 문화 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한글을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 한글이 잘 돌아가는 전산 시스템을 이용해서

대통령 선거를 흐트리거나 하는 국가라면, 그건 문맹국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는 셈이 아닐까?

 

온갖 방송이나 신문에서,

현대자동차가 무얼 잘못하고 있어서, 왜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는 것인지,

왜 법적으로 지위가 보장되어야 하는 노동자들을 하청으로 미뤄버리는 것인지,

알리지 못하는 문자가,

희망버스 타고온 사람들이 술판을 벌이려고 전국에서 천여명이 모였다고만 떠드는 문자가,

국정원에서 선거에 개입한 정황은 번연히 있는데, 그것을 비판하는 모임을 알리는 힘은 없는 문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무슨 문서가 이렇네 저렇네 말을 꾸며내는 데는 부지런히 쓰이는 문자라면,

문자가 사람을 위해 봉사하지 못한다면,

문맹이 낮은 국가라고 해서 결코 행복한 나라는 아님을 알아야 한다.

 

자기나라 축구가 이기면 선진국이 된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치면 축구 잘 하는 나라들이 선진국인 셈? 브라질, 아르헨, 스페인 같은 나라가?)

문자가 훌륭하면 좋은 나라라고 주장하는 것은 많은 오류를 품고 있어 보인다.

더 생각해야할 점이 많은 지점이다.

 

이 책에서 좀더 고려해야 할 점,----------------------

맨 앞의 만화 부분에서 '한글'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한글은 주시경 선생이 만든 말이라고 알려져 있다.

조선 시대가 배경이라면, 훈민정음, 언문 등으로 부르도록 고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그리고 '경상남도 상주'라는 지명도 등장한다.

경상도는 경주, 상주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지명이다.

둘 다 경북에 있는데, ㅋ~ 그리 치자면 경상남도는 어불성설이다.

경주도 상주도 없는데 웬 경상도?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ransient-guest 2013-07-2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의 현 상황은 사람들이 못 배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듯한 끝에서 세 번째 단의 글이 마음에 깊이 파고드네요. 좋은 문자도, 과학기술도, 머리도, 모두 어떻게 쓰이는가에 따라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사람을 해치는 나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