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어주는 여자 명진 읽어주는 시리즈 1
한젬마 지음 / 명진출판사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그 이유는 표지가 너무 매혹적이었기 때문. 새뜻한 고동색은 나무 줄기처럼 책 중심을 받치고, 그 나무를 치켜 보듯 땡그랗게 뜬 눈으로 고흐를 받치고 앉은 한젬마의 도발적 연기가 '그림 읽어주는 여자'라기 보다는 '그림 읽어주는 여자란 책을 읽게 만드는 여자'로서 기능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림을 읽어주는 책으로 치자면, 나는 오주석의 책이 가장 좋다. 정말 그림을 읽어 주니깐...

이 책은 그림에 간단한 에세이들을 삽입해서 <그림 에세이>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그림을 읽어주기를 기대했다가는 오산이고, 착각이다.

십여 년 전에 서울 영등포구민회관에서 유홍준 교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수업 다 마치고 오후 여섯 시인가에 시작해서 몹시 피곤했지만, 교수님이 읽어주는 미술의 스크린들은 내 무거운 눈꺼풀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림을 읽어준다는 것은 숨은 그림도 찾고, 숨은 의미도 찾고, 작가에 얽힌 이야기도 찾고, 일반인들이 낯설어하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이다.

한젬마의 글은 아직 푹- 숙성되지 않았다. 그림에 대한 애정이 아직 따끈따끈하여 사랑의 바람을 주체하지 못하여 통통튀는 수준이라 생각한다. 사랑이 오래 되어 정이 되면, 즉 숙성의 기간이 지나고 나면, 훨씬 차분한 톤의 설명을 들려주지 않을까? 그럴 재주가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되니, 어디, 기다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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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3-18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값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천연색 그림이 삽입되어진 이유지만 내용면으로 따져보면 비싸다고 봐요...
아, 제게도 오주석씨의 그림해석이 당근 최고였습니다.

글샘 2005-03-18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돈주고 책 산 지 오래 되어서... 얼만지는 모르지만, 아마 비쌀 것 같네요...^^ 표지에 들어간 꼴값(?)이 포함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