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김경집 지음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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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집,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다 싶었더니, '책탐'을 쓴 작가다.

 

이 지구상의 숱하게 많은 사회 중,

한국 사회만큼 예수님의 재림이 필요한 곳이 또 있을까?

물론 헐벗고 굶주리며 전쟁의 포화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부지기수겠지만,

한국 사회처럼 멀쩡하게 보이는 미친 사회도 드물 것이다.

 

그래선지 산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면,

도시 전체에 예수님을 떠받드는 십자가들의 네온 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아, 네온...의 원자번호가 十번이다. ㅠㅜ 젠장...

 

성경은 읽지만, 교회는 가지 않는다.

 

이거 나다.

군대에서 교화를 위해 구치소에 가득 비치된 성경과 불경을 나는 자주 읽었다.

신약만 읽은 것도 대여섯 번 이상은 될 것이다. 구약도 2번 가량 읽었고.

왜 한국 교회는 가면 소름이 끼칠까?

 

내장은 샤머니즘

가슴은 불교

머리는 유교

손과 발은 그리스도교(366)

 

이래설까?

한국 교회는 진보의 앞길을 가로막는 '수구꼴통'의 역할을 자임하며,

친일파와 가진자들의 앞에서 키키득거린다.

권력자들은 반공을 내세우고, 교회도 반공을 내세운다.

 

예수님이 불쌍하게 여길 소외된 자들은 '빈익빈'의 형상으로, '비정규직'의 형상으로 세상에 가득하다.

그들에게 한 것처럼 예수님을 섬기겠다는 마음은 한국 교회에 없어 보인다.

왜 한국 교회는 '전도'를 통항 세력 불리기만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가?

왜 한국 교회는 부자들의, 부자를 위한, 부자에 의한 교회로 전락하고 있는가?

 

이 책은 인문학자 김경집이 성경을 읽으면서 '생각'의 틀을 넓힌다.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낳으려던 여인숙에서 방을 차지하고 비켜주지 않던 이기주의자들,

그들을 성경에서 읽어준다.

그 이기주의자들은 곧, 우리들의 현신 아닌가? 하고...

 

명예살인의 빌미를 가진 마리아를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이해하는 요셉을 읽어주는 부분도 재밌다.

 

예수의 기적, 예수의 제자들이 가난한 이유 등에 대한 이야기도 오묘하다.

 

물이 주인을 만나니 발그레 낯을 붉혔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이 쓴 시.

사랑은 이렇게 발그레 낯 붉히는 물과 같은 것.

그것이 기적임에랴.

성경을 '전도'와 '헌금'의 수단으로 아전인수식 해석하는 자들을 경계하는 구절들로 이 책은 가득하다.

 

한국 사회를 휩싸도는 광기의 자본주의.

그 냉혈한 앞에서 한국 교회는 침묵하고 있다.

비정규직, 인턴... 젊은이들은 불필요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돌아가는 파이는 갈수록 작아진다.

전체 파이는 갈수록 어마어마한 규모로 커지고 있구만... ㅠㅜ

 

성경 속의 포도밭 주인 이야기는 따뜻하다.

일찍 와서 종일 일한 사람도, 마지막에 와서 조금 일한 사람도...

모두 같은 보수를 받은 일은...

약자에게 돌아가는 '최저임금제'의 의미도 모르는 부자들에게 던지는 따뜻한 이야기다.

 

교회의 '기독교환자'들은 '헌금'의 액수가 믿음의 척도라고 외친다.

한 사람이라도 더 지옥에서 건지기 위해 '전도'에 기를 올린다.

불쌍하다.

 

주님의 뜻을 읽노라면, 따스해진다.

 

포도밭 주인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가르침은 바로 측은지심이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나누면 나눌수록 더 행복해진다.(161)

 

쌍용자동차 현장에서,

용산 참사의 현장과 제주도 강정의 싸움터에서...

왜 신부님들이 그렇게 약한 몸으로 앞장서는지를 이해하게 하는 대목도 참 많다.

 

제대로 된 성직자라면,

가장 아픈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

헌금통 옆에서 눈을 부라리고 더 큰 성전을 짓고, 더 보수가 많은 교회로 전직을 꿈꾸는 자는,

성경 속 '세리'보다도 더 지독한 자들 아닌가.

 

어느 작은 성당에 붙어 있다는 주기도문의 반어적 표현을 읽으며,

종교와 세상은 따로 놀아선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하늘에 계신... 하지 말아라. 세상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 하지 말아라. 너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아버지... 하지 말아라. 아들로서, 딸로서 살지 않으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하지 말아라.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하지 말아라. 물질 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지 말아라. 내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하지 말아라. 가난한 이들을 본체만체 하면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죄를 용서하시고... 하지 말아라. 누구에겐가.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하지 말아라. 죄지을 기회를 찾아 다니면서.

악에서 구하소서... 하지 말아라.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아멘... 하지 말아라. 주님의 기도를 진정 나의 기도로 바치지 않으면서...(277)

 

기독교인도,

비기독교인도,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의 출판사 사장이란 자도... ㅋ~ 읽어 볼 일이다.

 

 

 

115. 고물(뱃머리)... 뱃머리(선수)는 '이물'이라고 한다. '고물'은 배의 뒷부분(선미)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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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06-26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시공사에서 나왔다니 정말 알궂은 일이네요 (ironical하다는 표현의 해석이 이렇게 나오는데 좀 이상합니다). 그리고 한국 교회는 자본주의에 침묵하는 것이 아니고, 이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샘 2013-07-01 12:08   좋아요 0 | URL
한국 교회의 문제에 대해 더 공부해 봐야겠어요.
자본주의가 아니라, 독재 정권과 결탁한 종교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