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6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봉수 미생 6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침에 출근하는데 신호대기 차량의 줄이 확연히 짧다.

생각해 보니, 메이데이다.

노동자라는 말을 쓰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근로자의 날...

그래. 차 몰고 출근하는 사람들은 많이 쉬는구나...

 

윤태호의 미생을 보다가 울컥, 눈물이 치밀었다.

장그래의 정규직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에서다.

 

평소대로만 하면,

이대로만 하면 정사원 되는 거죠?(6권, 181)

 

그래서 빨간 눈의 오상식 차장 눈시울을 더 빨갛게 만드는 만화.

페이소스가 작렬이다.

 

보들레르의 시 '취해라'(파리의 우울 중)도 멋있다.

 

취해라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게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다

 

당신의 어깨를 무너지게 하여

당신을 땅쪽으로 꼬부라지게 하는

가증스러운 '시간'의 무게를

느끼지 않기 위해서

 

당신은 쉴 새 없이

취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취한다?

술이든,

시든,

덕이든,

그 어느 것이든 당신 마음대로다

 

그러나

어쨌든

취하라

 

그리고 때때로 궁궐의 계단 위에서,

도랑가의 초록색 풀 위에서,

혹은 당시 방의 음울한 고독 가운데서

당신이 깨어나게 되고,

취기가 감소되거나 사라져 버리거든,

물어 보아라.

 

바람이든,

물결이든,

별이든,

새든,

시계든,

지나가는 모든 것

슬퍼하는 모든 것

달려가는 모든 것

노래하는 모든 것

말하는 모든 것에게

 

지금 몇 시인가를.

 

그러면 바람도,

물결도,

별도,

새도,

시계도,

 

당신에게

대답할 것이다

 

이제 취할 시간이다(149)

 

오 차장, 김 대리, 장 그래....

모두 환상의 궁합이다.

그들을 일컬어...

 

그에게 있어 한 사람의 벗은 한 쌍의 귀를 의미한다.(100)

 

동료, 벗

한 사람의 벗은 한 쌍의 귀라...

이 한 구절을 찾은 것 만으로도, 미생을 읽은 일은 잘 한 일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말을 할 대숲이 이발사에게 필요했듯이,

사람에게는 내 이야기를 들어줄 한 쌍의 '귀'가 필요한 법.

고마운 벗.

 

며칠 전, 시험 문제를 낸다고 밤 11시가 넘어 퇴근하는 옆방의 선생님을 보았다.

그날 나는 기숙사 당직이어서 툴툴거리며 기숙사 사감실에서 잘 준비를 하고 있었을 때...

그 기간제(계약직) 선생님은 이제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원래 선생님이 복직을 하고, 그는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신세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5권)

 

내가 숨쉬기 힘들 정도로 압박을 받고 스트레스 받는 이 직장이,

누군가에겐 꿈꾸며 들어오고 싶어하는 곳임을 잘 알지만,

날마다가 스트레스인 건, 직장인이면 매일반인 것.

 

아직 집이 지어지지 않아서,

아무리 대마처럼 보여도, 삶이 늘 불안한... 未生의 말...

아등바등 애를 써서 하루를 살아 내면,

쓴 소주 한 잔 만큼의 위로만이...

그러나, 노동자여,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래도 바둑, 그래봤자 바둑...

세상과 상관없이 그래도 나에겐 전부인 바둑.

왜 이렇게 처절하게 바둑을 두십니까? 바둑일 뿐인데?

그래도 바둑이니까.

내 바둑이니까...

내 일이니까...

내게 허락된 세상이니까...(4권)

내게 허락된 세상이 이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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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5-01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하면서 주문해 놓은 책입니다. 직장의 신에서처럼 비정규직에 대해서 황당하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살펴보면 그저 눈물만 나오지요.

글샘 2013-05-02 10:30   좋아요 0 | URL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겁니다. ㅋ~
정말 멋진 만화고, 만화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