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식사 - 위화 산문집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휴머니스트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를 읽은 나로서는 큰 흥미를 느끼게보다는,

유사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느낌을 받은 책.

그렇지만, 중국이란 국가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양식을 이해하게 되었고,

나아가,

삶은 어떠한 것인지를 생각하게도 되었다.

 

치과의를 하던 위화.

그러던 어느 날 창밖 거리를 바라보다가 마음 속에서 처참한 느낌이 용솟음쳤다.

얖으로 평생 이 거리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미래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바로 그 순간,

나는 앞으로의 일생을 어떡할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고,

내 운명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나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177)

 

중국 남부의 한 시골 마을에서 살던 그에게는,

그 '거리'가 갑갑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평생 읽고 쓰기를 낙으로 삼는 그는 역시, 독서인일 수밖에 없다.

 

지난 20년동안 나의 가장 큰 수확은 고전작품들을 읽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와 조상들이 읽고 남긴 작품들을 믿어야 한다.

그 작품들은 이미 시간의 검증을 거쳤고, 고전작품에는 절대 속을 일이 없다.

그것들은 인류의 지혜가 낳은 결정품이자 인류의 영혼이 지나온 기나긴 여정이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소년 시절에 고전작품을 읽는다면 그의 소년 시절은 고전작품 속의 진실한 사상과 정서에 이끌리게 되고,

성인이 된 후 인류가 공유한 지혜와 영혼이 자신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199)

 

고전을 읽는 이유.

게다가 '문학의 역량'에 대한 생각도 멋지다.

 

문학의 진정한 역량은,

바로 단테의 시 속에서, 보르헤스의 비유 속에서,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지와 생생하게 숨쉬는 독백 속에서,

절묘한 동시에 현실보다 더 생생한 묘사 속에 있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은 유약하지만 비할 데 없이 풍부하고 예민한 영혼이 창조한 것으로,

우리를 깨닫게 하고, 흥분시켜 잠 못 들게 하며,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열렬히 사랑하게 하고,

영원한 이별 가운데서도 서로를 사랑하게 한다.

"인간은 불행을 감당하는 지축이다.

세상에 어떤 물체가 지축보다 더 의지할 만하단 말인가?"

 

이런 '고전'과 '문학'을 읽는 것은, 삶의 유한성 때문이다.

 

세상에 중복되는 길은 없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한 사람의 인생을 대체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의 경험은 자기 삶에 한정되고,

세상의 다채로움과 달리 개인 공간의 협소함은

독서로 하여금 우리 눈앞에 개인의 공간을 열어 젖히고,

하늘의 무한함과 대지의 광활함을 느끼게 하고,

우리의 인생의 길을 단수에서 복수로 변형시킨다.

타인의 이야기가 자신의 삶을 풍부하게 한다.(247)

 

문학의 힘에 대하여 이야기하지만,

또 그는 창작의 한계도 이야기한다.

 

창작에 있어서 절대적인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그저 사실뿐이다.

어떤 지식도 까놓고 말하면 결국은 어떤 입장이나 각도에 대한 강조에 불과하다.

사물에는 언제나 두 개 이상의 설명 방식이 있고,

각기 다른 설명 방식은 자기가 장악한 세계의 진실을 표방하고,

진실은 영원한 처녀이고,

모든 이론은 결국에는 제 잘난 맛에 까부는 수음에 불과하다.(299)

 

창작의 지난함에 대하여... 이렇게 처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쓰면서도 늘 가슴에 묵직한 맷돌 하나 얹어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한계에서 벗어나,

유쾌한 필체로 글을 적어내는 그의 작품들은 오히려 그래서 더 무게가 있다.

 

뜻밖에 그가 광주 이야기를 한다.

 

내가 본 광주항쟁 희생자의 사진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눈이 감긴 것이 없었다.

그들의 무심한 눈에서 나는 전율을 느꼈다.

그 후로 나는 그들의 눈이 한국의 눈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142)

 

그의 아이를 대하는 눈에서부터,

세 테너에 대한 감상까지(154),

온갖 것에 대한 감정을 나름대로 잘 정리해 둘 수 있는 것이 그의 필력처럼 보인다.

 

이 책은 중국의 현대 이야기보다는,

위화의 문학에 대한 생각들을 주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그치만... 여러 곳에서 짜깁기한 이런 책들은... 역시, 단행본으로서의 의미보다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더 많아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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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4-15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토론하고 들어왔습니다.
글샘님, 눈물 겹도록 좋은 책이었어요. 제겐 글빨, 생각빨, 구성빨 다 먹히는 책이었어요.
그럼에도 동어반복이라면 이 책은 다시 안 읽어도 되나요?

위화처럼 산문을 쓸 수 있다면 소설은 무용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제 생각이 틀렸다고 힘을 실어주시어요.^^*


글샘 2013-04-15 15:40   좋아요 0 | URL
틀렸습니다. ㅋ~
위화의 소설은, 그 생각을 '형상화' 한 사람들과 시대가 그대로 이야기로 드러나는 거죠.
이 책은 3부로 이뤄졌는데,
1부. 아이를 기르는 단상 위주로... 삶의 단편적 모습을
2부. 문학에 대한 상념들
3부. 여러 가지 책들에 쓴 발간사 모음
이렇게 잡다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