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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
틱낫한 지음, 허문명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남구 도서관에 가면 책을 세 권까지 빌릴 수 있다. 대출 기한은 2주다. 요즘은 주로 틱낫한 스님의 책을 눈에 띄는 대로 빌려 온다. 설이 끼어서 화장실에서 조금씩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여느 책과 다른, 인간에게 가장 큰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에 대한 책이다.
반야심경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대목이 나온다. 아주 유명한 대목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 구절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해했다고 적지 않고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 생각이 아직 내 것이 아님을 눈치 빠른 사람은 알고 읽으리라. 그간 나는 이 대목을 알지도 못한채 아이들에게 '님의 침묵'과 함께 가르쳐 왔던 걸 반성한다.
이 책의 원제는 'no death, no fear'이다. 죽음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가 우리 번역 제목이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죽음과 두려움은 별개가 아니다. 생로병사의 두려움 중 가장 큰 것이 죽음의 두려움일 것이기 때문이다.
구름은 물과 바다와 호수와 수증기와 습기와 빗방울과 별개가 아니다. 빗방울이 있는 것은 곧 없는 것이고, 구름이 있는 것은 곧 없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파도의 높이와 깊이가 아닌, 바다와 같은 것이다. 파도가 세고 약하고 높고 낮을 수 있어도 바다는 여여하게 그냥 <거기 있음>이다. 이런 비유들을 통해 아무 데서도 오지 않고 아무 데로도 가지 않음을 보여주는 부다, 그는 진정 철학의 완성본이신가. 반야심경 전체를 관통하는 '아니 불'의 부정은 곧 두려움을 가질 필요도 없고, 가져서도 안된다는 가르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삶은 항상 <현재 이 순간>에만 의미가 있다. 지금 이 순간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일이 가능할 뿐,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는 것은 있을 수 <없음>이다. 중국 당나라 임제 선사의 '물 위를 걷는 게 기적이 아니라 땅위를 걷는 게 기적이다'는 말처럼, 우리가 달나라에서 산소가 끊어져 갈 때 부자가, 천재가 되고 싶어하지 않을 것임은 너무도 자명한 일임을 이 책은 가르친다.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는 부, 명예, 행복의 본질은 <땅 위를 걷는 것>, 바로 <현재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사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매일, 매 순간의 수행을 통해, 삶과 죽음도, 있음과 없음도, 늘고 줆도, 높고 낮음도 '없음'을 깨닫는 것. 그것이 마음 공부의 시작임을 조금 알게 된 것 같아 나에게 특별한 이 책. 조용히 제목을 읊조려 본다. <죽음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