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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의 사랑의 가르침
틱낫한 지음, 박혜수 옮김 / 열림원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사랑은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사랑은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이성에 대한 진정시키기 어려운 감정을 부르는 말이 아니다. 스님은 이 책에서 사랑과 자비, 기쁨과 평정 네 가지를 수행의 목표로 삼는다. 이 네가지가 있다면 슬픔, 불행, 증오, 고독,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그렇다. 사랑은 저절로 오는 것도, 운명처럼 마주서게 되는 것도 아니고, 아무나 하는 것이다. 다만 수행을 통해 사랑하는 마음이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도중에 지율스님께서 단식을 풀게 되는 큰 사건이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아, 내 마음 속에 이런 어리석음이 있었구나... 하고. 지율스님께서 왜 그런 행동을 하고 계셨던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뭔가 꼬여있고 이해할 수 없었던 세계가 툭, 터지는 소리와 함께 조금 열려 보이는 느낌이었달까. 신선한 새로움이었다.
천성산과 금정산은 무생물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으므로, 천성산은 햇빛과, 물과, 우리 조상들과 연관되어 있다. 그 산에 늪이 있어서 세계문화유산을 파괴하면 안 되기 때문에 뚫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조금 지출이 더 크더라도, 산허리에 구멍을 뻥뻥 뚫는 것은 자제하라는 큰 원력이었던 것이다. 아직도 내가 그 뜻을 십분의 일, 백분의 일이나 이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책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서로 사랑으로 충만해 있다가, 결혼을 앞두고는 이 사람이 정말 폭탄이 아닐까?를 의심하다가 결혼하고 나서는 고양이와 개처럼 서로의 생활의 차이에서 오는 거리감을 실감하게 된다. 결혼하기 전에 이 책을 같이 읽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서로 노력할 일을 이야기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훨씬 성공적인 결혼 생활에 이를 수도 있다.
깨어있는 의식으로 사는 법, 깊이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 평화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어에는 틴tinh과 나이아nghia가 있다고 한다. 틴은 열정적 사랑이고, 나이아는 그보다 차분하고 이해심이 있으며 보다 충실한 사랑을 뜻한다고 한다. 사랑이 틴에서 나이아로 자연스레 옮겨 가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책 한 권으로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기는 어렵겠지만, 사랑의 본질은 상대방을 '참된 본질'의 존재, '그와 같은(탓하다)'의 존재로 알아보는 법을 아는 것이다. 그는 고유의 그와 같은 성질을 가진 존재임을 안다면 내가 굳이 화를 낼 필요도, 패배감을 느낄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 책의 가치는 사랑은 필이 꽂혀서 운명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라고 생각하고, 사랑은 변하는 거라서 시간이 지나면 식어버리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은 충분히 공부할 가치가 있는 것이고, 누구라도 수행을 통해서 다다를 수 있다는 가르침을 준다는 데 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재미는 한 챕터마다 등장하는 멋진 사진들이다. 프랑스의 가구 세공인 출신으로서 히말라야로 떠나 그곳에서 가장 뛰어난 사진 작가 중 한 사람이 된 에릭 발리의 사진 속의 인물들을 보면, 외적인 아름다움에 관심이 전혀 없는 이들이지만, 깊이와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의 긴 호흡, 절대 고요의 경지를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틱낫한 스님의 책에 늘 등장하는 꾸밈없는 아름다움, 그런 사진들이 가져다 주는 순수한 맛도 스님의 책에 매료되게 하는 요소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