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를 위한 밤 데이브 거니 시리즈 2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전작 '658, 우연히'는 참 재밌는 추리소설이었다.

제목이 이미 답이 암시되어 있는데도... 나도 그 시그널을 무시하고 읽다가 허를 찔렸다. 

 

이 소설은

살인 사건이 단초가 되고,

역시 스타 추리가 거니가 등장하지만,

내가 이 소설에서 읽게되는 건,

다시 말해 밑줄 그으면서 읽은 것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어떤 친구를 옆에 두어야 하는가... 였다.

 

인생은 짧아. 그게 전부야.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야.(117)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드는 주인공에게 아내 매들린은 인생에 대해 생각 좀 하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위기일발의 순간,

거니는 매들린의 말을 떠올린다.

 

세상의 모든 것이 나를 배신할 땐 현재로 돌아와야 했다.

그것은 한결 같은 매들린의 조언이었다.(613)

 

그치만 그들은 달랐다.

 

그들 두 사람은 처음부터 너무나 달랐다.

그는 주로 사색을 통해 세상을 이해했지만 그녀는 그저 느끼는 것으로 세상을 이해했다.

그는 떨어져 있는 점들을 연결하는 데 마음을 빼앗겼지만, 그녀는 점 자체에 매혹되었다.

그의 에너지는 고독에 의해 충전되고 사교생활로 소모되지만, 그녀는 반대였다.

그의 경우, 관찰을 통해 좀더 분명한 판단에 이르렀지만 그녀의 경우에는 어떤 것을 판단한 후 좀더 자세히 관찰했다.(120)

 

작가가 이 소설에서 스토리 전개에 못지않게 신경쓴 부분이,

거니와 매들린의 관계다.

그들은 다르면서 상호 존중으로 맺어진 관계다.

결국 사랑이란 그런 거 아닌가 싶다.

사람은 다 다르다.

비슷할 수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또 다르다.

성향이 비슷해도 환경이 다를 수 있고, 환경이 비슷해도 삶의 궤적이 다를 수 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의 맥락을 짚어낼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은, 행운이다.

그런 인연을 만난 사람이라면, 인생은 살 만하다고 믿을 수 있게 된다.

 

거니는 평화롭고 그를 이해하는 듯한 사랑이 깃든 그녀의 미소를 또렷하게 의식했다.

오직 그녀만이 갖고 있는 미소였다.

그 미소가 지상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방식으로 그를 감싸고, 그를 따스하게 하고, 그를 기쁘게 했다.

놀라웠다. 세상의 모든 것을 그토록 선명하게 볼 줄 아는 여자가, 눈빛 속에 모든 빛을 담고 있는 여자가, 그런 미소를 지을 만한 무언가를 그에게서 발견했다는 사실이.

인생은 살 만하다고 믿게 만들기에 충분한 미소였다.(641)


매들린의 충고는 나도 유심히 들었다.

 

데이브, 당신은 두 명의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어요.

일을 할 땐 동기도 확실하고 단호하고 방향감각도 있죠.

하지만 개인적인 삶에서는 키 없이 표류하는 조각배 같아요.(174)

 

워커 홀릭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한국인들...

심리적으로 표류하기 쉽다.

그치만, 이렇게 충고할 때는 분명한 애정을 담아서 해야한다.

 

당신이 하려는 일에 엄청난 힘과 용기, 정직성, 뛰어난 두뇌가 필요하단 걸 나도 알고 있어.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나도 안다고.

당신이 존경스러워. 하지만 그거 알아?

난 당신을 좀 덜 존경하고 대신 좀 더 가까워지고 싶어.

과연 그게 가능할까?

내가 알고 싶은 건 바로 그거야.

우리가 과연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190)

 

생명을 걸고 사선에 나서는 거니에게 매들린은 눈물을 머금고 윤허를 내린다.

 

하겠다고 한 일을 중도에 포기하지 마.

왜냐하면 당신은 형사니까.

당신한테 요술처럼 다른 사람이 되라고 요구할 권리가 나한테는 없어.(511)

 

사랑의 이름으로 사람을 '새장'안에 가두는 일은 '요술'을 요구하는 일이다.

 

이 소설은 흥미로운 연쇄살인범을 찾아가는 추리소설이다.

그런데, 나처럼 다사로운 '인간적인' 면에 눈길이 끌리는 사람이라면,

사건의 추이와 나란히 달리는 감정의 추이를 감상하는 방법도 나름 재미있는 소설일 것이다.

 

이 소설의 원제목은 '네 눈을 꼭 감아' 이다.

그 눈을 감는 것은, 살인의 순간이기도 하지만,

독자들과 형사들의 눈을 감게 만드는 트릭의 하나이기도 하다.

세상은 두눈 번히 뜨고도 속는 곳이다.

눈을 꼭 감으면, 마음이 열릴지도 모를 일...

 

3편, 악마를 잠들게 하라~도 기대된다.

 

번역이 조금 미진하다 싶은 부분 몇 군데...---------------

 

120. 연못에서 동쪽으로 1.6 킬로미터 정도... 미국은 마일을, 한국은 미터법을 쓰지만, 대략~ 어림잡을 때, 1.6킬로미터 정도...는 웃긴다. 그냥 1마일로 쓰든지, 대략 2킬로미터 정도~ 가 어울리지 않을지...

 

128. 마치 ESL 학생을 가르치듯... esl은 English as a second language...의 약자다. 이 책의 독자들은 이런 걸 알아야 한단 말씀? 주를 붙여 주지 않으면 불친절하다 느낄 사람이 있을 거다. 나처럼...

 

176. 알루미늄 호일을 씌운 그릇... foil은 '포일'이 맞는 표기다. ㅋ~ 잘 쓰진 않지만...

 

385. 있다 봐~ ... '이따 봐' 라고 적어야 한다. 시간이 흐른 뒤를 '이따, 이따가'라고 소리나는 대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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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1-16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쩔땐 긴것 같이 느껴지고 또 어쩔땐 엄청 짧게 느껴지고.......
여튼 정작 생각해야 문제들을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는것 같긴해요.

저는 한동안 심한 감기몸살로 고생을 좀 했습니다.
글샘은 감기바이러스로부터 무사하시길! ^^

글샘 2013-01-16 10:36   좋아요 0 | URL
감기 바이러스 이넘... 비열한 넘이에요.
내가 강할 땐, 슬슬 피하다가...
좀 힘들다 처져 있음, 집요하게 덤비걸랑요. ㅋ~
뭐, 생각해야 할 문제들도 어물쩡 넘기기도 하고 그런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