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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플까봐 ㅣ 꿈공작소 5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이승숙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11월
평점 :
할아버지와 사는 소녀.
부족한 걸 모르는 소녀에게 세상은 호기심 천국이었다.
어느날, 할아버지의 빈 의자를 보고
소녀는 심장을 빈 병에 넣어 둔다.
병에 담긴 심장. 소녀는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불편하지만, 안전... 했다.
어느 날, 바닷가에서 꼬마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바닷가에서 호기심 천국을 누비는 꼬마를 만난 여자는
심장을 유리병에서 꺼내고 싶었다.
하지만...
심장은 꺼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그 꼬마를 만났다.
꼬마는 심장을 유리병에서 꺼내는 방법을 알았다.
그리고... 꼬마는 꺼냈다.
마음이 돌아오고... 병은 비었다.
참 이쁜 그림책이다.
부모의 부재도 느끼지 못할 만큼, 할아버지의 사랑은 깊었다.
그런 소녀에게 할아버지의 빈 의자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 고통을 잊기 위해, 소녀는 심장을 유리병에 넣는 극단의 방법을 쓴다.
편했다. 그렇지만... 그 심장이 펄떡거리고 다시 뛰길 원했을 때,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미칠 것 같았다.
그 꼬마가 쓴 '마법'은 아마도 '사랑' 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마음이 아플까봐... 심장을 꺼내 따로 보관한다는 신선한 창의력이
재미있게 느껴졌을 것이고,
마법처럼 병은 비었다... 고 이야기하는 그 '결락된 이야기'를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우게 하는 동화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어른들이라면,
심장을 병 속에 넣어 둔 것처럼 살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뜨거운 제 심장을 한번 되짚어 보게 될는지도 모른다.
이제 성인이 된 소녀에게 따스한 편지를 한 통 쓰고 싶다...
소녀, 보렴.
많이 아팠구나?
그리고... 많이 무서웠구나? 마음이 아플까봐...
그래서, 심장을 유리병 속에 넣어 두었는데...
그래서, 한 동안, 불편하지만 편안한 마음이었는데...
그 심장이 간직하고 있던 선천적인 뜨거움을 느끼고 싶었지?
그래. 소녀야.
심장의 온기를 기억하고 있어서, 그래서 참 다행이야.
그런데... 그 심장을 꺼내는 방법을 머릿속으로 참 많이도 궁리했잖아?
여간해선 심장이 꺼내지지 않고 말야.
비밀을 알려줄게.
그 심장을 꺼낼 수 있는 비밀을...
바로 마법이야.
모든 자물쇠에는 그 자물쇠에만 꼭 들어맞는 하나의 열쇠가 있는 법이야.
그 열쇠.
마법처럼 철커덩! 소리를 내며 풀리게 하는 마법의 열쇠를 찾는 일... 그게 비밀이란다.
그 열쇠는 어디 있냐면 말야~
세상 어디에나 있고, 또 세상 어디에도 없는 거란다.
그 열쇠를 가지고 있는 꼬마를 만나렴.
꼬마는 마법처럼, 그 심장을 쉽게 꺼낼 수 있단다.
그리고, 마침내 빈 병만 남게 될 수 있는 거야.
그 꼬마가 어디 있냐구?
바닷가에 있어. ^^
네가 진심으로 네 마음을 꺼내고 싶다면,
바닷가에 가서 그 꼬마를 만나 봐.
꼬마를 어떻게 알아보냐구?
그게 바로 마법이야. 알았지?
있잖아.
마법의 열쇠를 찾는 법.
심장을 꺼내는 법.
어쩜, 할아버지 없이 의자에 앉아 묵묵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법은...
누가 가르쳐 줄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단다.
자기가 놓여있는 자리에서,
마음이 아플까봐,
유리병에 심장을 넣어두는 사람은... 늘 반만 행복하고, 반은 불편해.
근데 말야.
할아버지 없이도 의자에 앉아 묵묵히 책을 읽으면서,
심장의 팔뜨닥거리는 소릴 듣고 있는 일은,
그렇게 마음을 내는 일은...
또 살만하기도 하다구.
네가 호기심 천국으로 돌아와서 난 참 기뻐.
세상은 반쯤 불편하고 반쯤 재밌는 덴지도 몰라.
네 심장의 다사로운 온기를 되찾아준 건...
꼬마가 아니야.
원래 네 심장이 그렇게 다사로웠던 거라구.
목도리를 두르고 있음 따스하잖아?
근데, 목도리가 따사로운 게 아닌 것처럼 말야.
네 심장의 따스함이 나도 참 좋아.
다행이야.
이렇게 할아버지 의자로 돌아올 수 있어서...
이제 알겠지?
마음이 아플까봐... 심장을 어디 넣어 두진 말자구.
네 심장은 말야...
거기 그렇게 있을 때... 젤 이쁘니깐.
안녕~
바닷가에서 만났던 꼬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