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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평점 :
위트있는 소설로 유명한 위화가
재미있으면서 냉철하게 중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단어 10개를 추려냈다.
짝퉁 중국~ 어물쩡 중국~ 같은 측면도 나름의 이유를 덧붙여 살려낸다.
이 책은 어떤 점에서 소설보다 유쾌하고 재밌다.
어떤 점에선 날카로운 사설처럼 냉철하다.
독재자의 딸이 과반의 득표에 성공하여 대통령이 되고야 말았다.
그 원인을 한두 가지에서만 찾으려 드는 건 연목구어다.
물론, 민주당의 허약한 체질을 탓하기 쉽지만,
그건 한국 정당의 역사가 일천하고, 독재시대를 거치면서 허약하고 부실하게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그렇다.
국민들이 무식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식민지, 전쟁, 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국민들의 머릿속에는 각개약진, 나만 아니면 돼~
이런 의식이 가득 들어차 있다.
한국에는 '공교육'이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런 사회에 대하여 냉철하게 분석할 줄 아는 지성이 필요하다.
어쩌면, 조국이 '진보 집권 플랜'에서 예상한 것이 옳았는지도 모른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이 되었다 한들,
노무현보다 더 비판받는 대통령이 되었을 수 있다.
문재인이나 안철수는 기반 정당조차 없기 때문인데,
그에 반해, 한나라당은 정책은 없으나 똘똘뭉친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트위터, 페이스북이 통제되는 나라다.
그래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논의가 진행된다.
통제가 가득한 나라~
그래서 죽의 장막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는 나라...
그 속을 위화는 자기의 경험을 담아 보여준다.
5월 35일식 자유는 일종의 예술이다.
인터넷에서 자유를 추구하며 독립적인 사상을 표현할 때
정부의 심사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언어의 수사 작용을 충분히 활용하여
암시와 비유, 풍자와 조소, 과장과 연상 등을 극대화하여 발휘한다.(12)
6월 4일, 톈안먼 사태가 일어난 그 날이 인터넷 금칙어가 되면서,
5월 35일이란 새로운 수사가 탄생했단다.
어둠 속에선 아무리 작은 빛이라도 눈길을 끌게 마련이다.
빈곤과 기아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
빈곤과 기아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215)
공산 혁명과 문화 대혁명을 거쳐 자본주의 물결이 휩쓰는 중국의 현대사에서,
이것보다 더 본질에 가까이 다가선 말은 찾기 힘들 것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한나라당의 집권이 무서운 것은,
한국이란 나라를 발전시키지 못할까 두려운 것이 아니라,
부유함과 빈곤, 기아가 공존할 때, '빈곤과 기아'의 존재를 무시하는 시각을 가진 자들에게
힘을 주는 것은,
피자의 파이를 크게 만들면 다같이 배부를 수 있다구~
하는 말도 안 되는 속셈에 넘어가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성을 바라보면,
한국의 현실 역시 바라보이는 법이다.
다시 어두워지는 시대에,
<속도>보다 <밀도>에 중요점을 찍는 책을 한 권 읽기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