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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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락' 껴안지 않으면, 다음 죽음은 내 차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특히, 정혜신 원장의 상담 중에 나오는 트라우마를 읽을 땐, 심장이 터질 듯 했다.

그 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축구는 잘 했다. 그렇지만... 쌍용 사람들도 과연... 웃을 수 있었을까?

 

내가 이상한 건가?

나만 이상한 거야?

그런 거야?

 

이 책에서 쌍용차와 '축구'가 겹치는 대목이 있다.

정말 기분 지랄같다.

 

농성자의 아내가 두 아이를 남기고 죽었다.

그날도 사측은 선무방송을 했다. 불법이니 집으로 가라고...

조합원들이 애원했다. 오늘 하루만은... 제발 오늘 하루만은 애도하자고...

글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회사는 그날따라 흥겨운 노래를 밤새 틀어댔다.

조합원들은 미칠 것 같았던 그날 밤의 음악을 기억한다.

그것은 '오 필승 코리아!'였다.(119)

 

안철수 현상... 아무 것도 검증되지 않은, 정치가도 아닌 안철수에게 사람들이 쏠리는 이유는?

1. 한나라당의 미친 짓으로 인한 극도의 혐오

2. 바꿔야 하겠는데, 민주당의 멍청함에 대한 불신의 표현

이런 거다.

 

민주당은 용산, 노 전대통령 사망 사건(경찰이 조사하지 않은 곳도 많음), 쌍용차,

촛불집회와 소고기 수입, 광우병 재발, 미디어법, 4대강 완전 썩은 사건, 한미 FTA, 한일군사협정,

박그네와 정봉주에 대한 법적용의 불법, 나경원과 남편의 부정, 그리고...

나는꼼수다가 제기한... 가카의 '땅, 철도, 공항, 회사 기타 등등', 10.26 선거 부정 개입에 대한 불법에 대한 '저항'에서 완전 병신이었다.

 

이 사회는 참 불행한 곳이다.

정치가 없는 곳이어서, '인간 사이의 갈등 조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무조건 약자를 팬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사랑했던 노 전 대통령때도, 약자는 맞고 살았다.

그래도 노 전 대통령이 인간적인 건, 패서 죽으면... 사과했다.

이 현 대통령은 태워 죽어도... 감옥에 넣고, 감추고... 사과는 1년 뒤에나 운차니가 무릎꿇는 걸로 때웠다.

참 부도덕한 정권이다.

 

국민이 용산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면

쌍용자동차 사태도 없었을 것이다.

용산 참사는 국가에게 '이렇게 진압해도 된다.'는 몹쓸 교훈을 심어줬다.('두 개의 문' 중에서)

 

08년 촛불은 패배했다. 바로 직후, 용산은 더 크게 죽었다.

용산 참사는 민주주의란 원래 없었단 걸 보여주는 '증명'이었다.

그 후... 전 대통령이 죽고, 09년의 '광주'는 '쌍용'에서 재현되었다.

국가의 <공수부대>는 자본의 <용역부대>로 재편되어 현실화 되었을 뿐.

 

광주 이후... 시름시름 죽어간 사람들, 병원에서 앓을 수밖에 없던 사람들... 이야기를

작년에 '오월애'란 영화를 통해 재점검했다.

광주는... 아직도 <사태>다. 민주화운동...은 쥐뿔도 아니다. 아직도 사람들은 광주를 쉬쉬한다.

국가 수반이란 새끼가 참석하지도 않는 기념식 따위... 잊힌지 오래다.

이제, 32년이 지나서 <26년>을 6년만에 영화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광주의 민주주의는 <지각>하여 천천히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말로만 '민주화항쟁'이라고 하기엔, <광주사태>의 피떡진 기억이 너무도 형형한지 모른다.

 

2646명의 해고자가 난 이후, 22명이 병들어 죽고, 화가 나 죽고,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그랬다.

그날...

그 햇볕 뜨겁던 '인간 사냥'의 그날...

흘렀던 뜨거운 눈물이... 이 책을 읽는데, 다시 줄줄 흘러내렸다.

주체할 수 없이 뜨거운 눈물이...

 

'슬픔'이 '기쁨'에게...

 

대중 소설 작가라는 작가에 대한 편견 따위는 이 책을 읽는데 장애를 주지 않았다.

'쌍용차'를 이렇게 대중에게 알릴 필요가 있음을 깨달아서 몸으로 뛰어 주었다면,

나의 편견 따위는 별것 아니다. 공지영은 훌륭한 '인간'이 해야할 일을 한 것 같다.

 

자, 이제 다시 온몸으로 싸우지 않으면,

자본의 <캐터필러(탱크의 무한궤도)>가 우리 자식들을 짓밟으러 진군해 올 것이다.

금메달에 희희낙락하고, 프로야구의 홈런에 와~하고 흥분할 때...

자본이란 이름의 <공수부대 용역>은 우리에게 재갈을 물리고 이미 '상황 종료'를 선언할지 모른다.

 

경찰과 사측은 흔들리고 있는 조합원들을 압박하기 위해

단수와 단전을 요청한다.

환자들의 상처에 항생제가 투여되지 않아 상처 부위가 곪고, 약도 공급받지 못했다.

금속노조, 인권단체 등은 성명을 발표하고, 이는 전쟁 포로에게도 하지 않는 비인권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사측의 관점.

일부에서는 공장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식량 등을제공해야 한다고 하는데,

범법자들에게 인도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117)

 

'기쁨'은 '슬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 세상은 '슬픔'들 자신 조차도 '슬픔'임을 인식하지 못하게 돌아간다.

<함박눈>을 뿌려서 세상은 하이얗게 덮인 곳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곳이라고...

'무관심으로 가득한 사랑'과 '메마른 눈물'의 사랑으로 가득한 곳이 되어야 한다고 설교하고 가르친다.

 

자, 이제 '슬픔이 기쁨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

우리도 너희와 동등한 '인간'이어야 겠다고...

슬픔도 '경찰 아닌 군인도 아닌, 용역' 따위에게 '볼트'를 맞아 쓰러져갈 수는 없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함박눈'을 멈추게 하고, 세상은 어떤 곳인지,

얼마나 썩은내 진동하는 곳인지를... 알게 해야 한다.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부분)

 

전태일이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죽었던 시간이 32년이나 흘렀지만...

아직도 이 땅의 노동자들은 외쳐야 할지 모른다.

 

우리를 제발,

사람을 제발,

기계만큼만 대우해 달라!

우리가 그래도 기계보다는 좀 귀하지 않은가?(130)

 

이 책을 읽고 울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운 사람은,

이런 책보다 올림픽 경기 일정을 더 빠삭하게 외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적어도...

함박눈이 덮여서...

세상이 '기쁨'으로 가득하다고 착각하는 '슬픔'들에게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왜 '무관심한 사랑'과 '흐르지 않는 눈물'로 흘러넘치는 기쁨의 세상이란 역설이,

다시 세상을 '무관심과 메마름'의 세상으로 고착시켜 가는지를...

들려 줘야 한다.

 

그리하여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야 한다...

 

그래서 적어도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던' '그날'을 다시 오게 해선 안 된다.

그날은 '광주 사태'의 그날이기도 하고,

'동학 혁명'의 그날이기도 하다.

 

세상이 온통 신음 소리로 가득하다.

그러나... 아무도 아프지 않다면...

그건 나만 이상한 게 아니라,

세상이 온통 미친 거다.

 

우리를 의자 놀이하며 사람 수보다 적은 의자 둘레를 돌게하는 자들을 향하여,

이제, 그들의 입에 물린 '휘슬'을 빼앗아야 할 때다.

 

이제, 너희 농간에 따라 '의자 놀이'를 더 이상 '기쁜 척하며' 하지 않겠다는 이야길 할 때다.

 

 

그 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 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그날'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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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2-08-14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에게도 너에게도 언제든 일어 날수 있는 일.
그래서 더 무서운 일인거 같은데
나는 상관없다는 더 무서운 무관심.

다큐영화, 책등이 관심을 모은다고 해도
어차피 바뀌지 않을꺼라는 절망.




글샘 2012-08-16 07:19   좋아요 0 | URL
그 절망이 이명박을 대통까지 시킨 거죠.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희망을 김진숙한테서 배워야죠...
웃으면서... 끝까지... 투쟁!